
보리는 보리알이 배열된 열수에 따라 2조(두줄보리)와 6조(6줄보리)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자방벽에서 배출되는 끈끈한 물질에 의하여 성숙 후에 껍질이 종실에 밀착하여 분리되지 않는 겉보리(covered barely, hulled barley)와, 성숙 후 껍질이 종실에서 쉽게 분리되는 쌀보리(naked barley, unhulled barley, hulless barley)로 구별된다(Ha 2000). 겉보리 중 6조보리는 주로 보리차용⋅엿기름용으로, 2조보리는 맥주용으로 이용되고, 쌀보리는 탈곡 후 껍질이 제거되기 쉬어 현미처럼 알곡으로 수확되기 때문에 다루기가 쉽고 보리쌀 도정 수율이 높아 혼반용 등으로 이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베타글루칸, 폴리페놀, 안토시아닌 등 보리의 기능성이 강조되면서 건강식품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보리는 건강식 혼반용은 물론 새싹보리와 검정보리 음료, 수제맥주 등 다양한 먹거리로 보리의 재탄생을 예고하듯 새롭게 탈바꿈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2019년 최근 재배면적이 4.4 ha로 2012년 수매 중단 이후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2배 정도 증가하여 보리의 자급률도 31.4%까지 오르고 1인당 소비량도 1.3~1.4 kg로 증가되었다(MAFRA 2019). 보리차와 엿기름으로 이용되는 6조 겉보리는 2010년 이후 10개의 품종이 육성되었다. 혜양과 혜강, 혜다는 효소역가가 높아 현재 엿기름 적합품종으로 재배되어 이용되고 있으며, 특히 혜양은 추위에 강해 재배 지역이 충남, 충북 지역에 이르고 있다(Kim et al. 2016). 폴리페놀 함량이 높고 새싹의 폴리코사놀과 사포나린 등 기능성 함량이 높은 검정색 보리 흑다향은 보리차와 새싹용으로 전북과 전남, 경남 등의 남부지역에서 재배된다. 쌀보리인 흑수정찰은 찰성 검정보리로 전남 해남지역에서 농가 생산 단지가 형성되어 혼반 및 보리차용으로 재배하여 가공업체에 이용되고 있다(Kim et al. 2018). 1973년에 육성된 ‘올보리’ 품종은 전체 보급종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고 있으며, 이 품종은 도복과 바이러스병에 약하고 춘파 재배시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 할 수 없어, 기후변화에 안정적이면서 도복과 병해에 강하고 수량이 많은 겉보리 품종 개발이 요구된다. 또한 최근 가을 파종시기에 잦은 강우로 보리 파종이 어려워지면서 보리 생산량이 부족해져 보리 가격이 급등한 경우가 발생하였다. Lee et al. (2000)은 1993년부터 2000년 이전까지 비가 많이 온 해가 비가 오지 않은 해에 비하여 보리 재배면적이 2~3만 ha 정도 감소하였다고 보고하였으며, 가을 파종시기에 강우로 보리 파종이 어려워져 춘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춘파가 가능하고 도복에 강해 재배 안정성과 수량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보리호위축병에 강한 ‘호향’을 개발하여 그 육성 경위와 주요 특성을 보고하고자 한다.
‘호향’의 농업적 특성에 대한 연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지역적응시험지역인 경기도 수원, 강원 춘천, 충북 청주, 전북 익산(전주), 경북 대구 등 5개 지역에서 ‘올보리’를 표준품종으로 대비하여 검토하였으며(RDA 2014, 2015, 2016) 각 지역별 보리 표준재배법으로 수행하였다. 파종은 각 지역별 2013년 수원 10월 11일, 춘천 10월 14일, 청주 10월 19일, 익산 10월 24일, 대구 10월 25일, 2014년 수원 10월 11일, 춘천 10월 15일, 청주 10월 16일, 전주 10월 30일, 대구 10월 18일, 2015년 수원 10월 15일, 춘천 10월 14일, 청주 10월 15일, 전주 10월 23일, 대구 10월 16일 파종하여 시험하였다. 각각의 품종 생육특성, 내재해성, 내병성, 수량구성요소 및 수량 등은 지역적응시험지역에서 3개년간 시험한 결과를 조사분석하여 이루어졌다. 수량구성요소 중 천립중은 2.0 mm 종목체를 통과한 종실, 즉 설립을 제거한 종실에서 1,000립을 측정하였으며, 조곡수량은 수확 탈곡 건조 후 수분 14%로 보정하여 설립을 제거한 종실을 ha 당으로 환산하였다. 기타 조사는 농업과학기술 연구조사 분석기준(RDA 2012)에 준하였다. 병해검정 중 흰가루병의 유묘검정은 온실에서 본엽 1~2엽기에 Blumeria graminis f.sp. hordei 병원균 이병 개체로부터 접촉 접종하여 접종 1~2주 후 발병정도를 조사하였다. 보리호위축병(Barley yellow mosaic virus, BaYMV) 검정은 지역별 상습발병포장인 나주(strain Ⅰ형), 익산(strain Ⅲ형), 진주(strain Ⅳ형)지역에서 자연 발생을 유도하였고, 이병정도를 무 발생(0), 10% 미만(1), 11~30%(3), 31~50%(5), 51~70%(7), 71% 이상(9) 등으로 3월 상순에서 3월 하순 사이에 조사하였다(Park et al. 2009). 내한성 검정은 경기 연천 시험지에서 10월 상순에 파종하여 월동 후 고사주율(%)을 조사하였다. 파성 검정은 4℃, 3주 저온 처리와 무처리 두 처리 조건으로 파성별 대조품종과 함께 온실에 파종(이식)하여 수행되었다. 생육온도는 주간 20℃, 야간 15℃로 24시간 광처리하여 보리 생육을 시키면서 주경의 엽수와 지엽 전개 일수를 조사하여 파성 정도를 I~V 범위로 판정하였다. 또한 춘파 가능성 확인을 위해 2020년 전주 전작 시험포장에서 1주일 간격으로 5회(3월 6일, 16일, 20일, 27일, 4월 3일) 파종하여 출수정도를 시험하였다.
단백질과 베타글루칸 함량은 각각 조곡과 정곡에서 분석하였으며, 시료는 Satake 시험도정기(TM05C, SATAKE Co., Japan)로 정맥수율 67%로 정맥하였다. 조곡과 정곡을 0.5 ㎜체가 장착된 Centrifugal mill (Zm 100, F.Kurt Retsch GmbH & Co. KG, Germany)로 분쇄한 분말시료를 사용하였다. 단백질분석은 원소분석기(US/Vario max, USA)를 이용하여 분석한 총 질소함량에 켈달장치를 이용하여 분석한 값과 비교하여 얻어진 conversion factor 6.25를 곱하여 구하였다. β-glucan 분석은 McCleary 방법(McCleary & Glennie-Holmes 1985)을 이용한 Megazyme kit를 이용하여 510 nm에서 흡광도로 분석하였다. 폴리페놀 함량은 80% 메탄올로 추출하고 Folin reagent를 가한 후 반응액의 흡광도를 720 nm에서 측정하고 표준물질로 0.1% gallic acid를 사용 검량선을 작성한 후 정량분석하였다.
통계분석은 R을 이용하였으며, 처리간의 차이는 t-test로 유의수준 5%(p<0.05)에서 검정하였다.
재배 안정성이 높은 내도복 다수성이며 바이러스병인 보리호위축병에 강한 품종을 육성하기 위해, 2005년 보리호위축병과 도복에 강하며 성숙기는 ‘올보리’와 같이 빠른 ‘새강보리’(Lee et al. 1994)를 모본으로, 조숙 내한 다수성 특성을 가진 ‘두루보리’(Lee et al. 1988)를 부본으로 하여 인공교배 하였다. 2006년에 F1을 양성한 후 2007~2008년에 집단으로 F2~F3를 전개하였다. 2009~2010년에는 F4~F5 계통에서 출수가 빠르고 내병, 내재해, 다수성 특성을 보이는 계통을 선발하였다. 이렇게 선발된 계통들 중에서 2011년 OYT (Observational yield trial)로 시험 후 우량시 되는 IC05023-B-B-8-1 계통을 선발하였다. 선발된 이 계통을 2년간 생산력검정시험(2012~2013)후 출수가 빠르고 보리호위축병 바이러스저항성 내도복 다수성인 겉보리 계통으로 우수성이 인정되어 ‘익산482호’로 계통명을 부여 받아, 2014~2016년까지 3년간 경기도 수원, 강원 춘천, 충북 청주, 전북 익산(전주), 경북 대구 등 5개 지역에서 지역적응시험을 수행하였다(RDA 2014, 2015, 2016). 그 결과, 파성이 Ⅱ(춘파형)로 출수가 빠르고 다수성이면서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우수계통으로 입증되어 2016년 농작물 직무육성 신품종선정심의회에서 ‘호향’으로 명명되었다. 그 후 국립종자원의 재배심사를 거쳐 2018년 식물신품종보호법 제54조에 따라 품종보호등록원부에 등록(품종보호 제7374호) 되었다. 육성 경위를 도식화하면 Fig. 1과 같다.
‘호향’은 Table 1과 Fig.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삭의 밀도가 밀수형으로 까락이 긴 6조 보리이며, 파성이 Ⅱ인 춘파형으로 ‘올보리’(Ⅳ)와는 차이를 보였다. ‘호향’의 줄기 굵기는 중정도이고 엽색은 녹색, 폭은 중간형, 까락은 긴 장망형이었다. 호향은 춘파가 가능한 품종으로 Fig. 3과 같이 3월 6일, 3월 16일, 3월 20일, 3월 27일, 4월 3일 5회 파종한 식물체에서 모두 출수가 되는걸 확인 할 수 있었다. 파성 Ⅳ인 추파형 ‘올보리’는 3월 6일 파종한 식물체에서만 안정적으로 출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Hwang et al.(1986)과 Qualset & Peterson (1978) 등이 보고한 춘파형(Ⅰ~Ⅱ) 보리는 저온 처리를 하지 않고 봄에 파종해도 출수가 가능하다는 결과와 같았다.
출수기와 성숙기는 Table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출수기는 4월 21일로 표준품종인 ‘올보리’보다 1일 빨랐으나 성숙기는 5월 29일로 같았다. 간장은 78 cm로 ‘올보리’(80 cm)와 비슷하였으나 도복에 대한 저항성을 보였다. 이삭의 수장은 4.7 cm로 ‘올보리’(4.2 cm)보다 크고, ㎡당 수수는 655개정도 였으며, 1수립수는 55립으로 7개정도 더 많은 다립형 품종이었다. 천립중은 31.9 g으로 ‘올보리’(35.5 g)에 비해 3.6 g 적고, 리터중은 703 g으로 다소 가벼웠다.
내한성은 Table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기도 연천 시험포장에서 월동기간 한해(추위)정도를 검정한 결과(RDA 2014, 2015, 2016) 고사주율은 ‘올보리’(저휴 35.0%, 고휴 66.7%)보다 저휴 재배인 표준재배에서 13.5%로 고사율이 낮고, 고휴 재배에서 84.4%로 높은 경향이었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도복 정도는 시험재배포장에서 2로 ‘올보리’(3) 보다 강하였다. 흰가루병(Woo & Kim 1983)은 ‘올보리’ 품종과 같은 감수성이었다. 보리호위축병(BaYMV)은 보리재배가 매년 이루어지는 재배지역에서 피해가 큰 바이러스병이며, 이 병에 감염되면 품종 저항성정도와 기상조건에 따라 40~100% 수량 감소가 이루어지고, 지역별로 바이러스 strain이 다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So et al. 1991, Park et al. 2004, 2007). ‘호향’은 보리호위축병 상습발생 검정시험포인 익산(strain Ⅲ형)에서 ‘올보리’(3)보다 강한 저항성을 보였다.
‘호향’의 품질은 Table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백질과 베타글루칸 함량은 조곡(원맥)에서 10.9%, 5.0%로 ‘올보리’(11.0%, 5.1%)와 비슷하였다. 아밀로스 함량은 21.5%로 ‘올보리’(22.4%)보다 낮은 함량을 보였으나 폴리페놀 함량은 0.19%로 ‘올보리’(0.16%)보다 높았다. 폴리페놀은 식물의 2차 대사산물 중 하나로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항산화, 항염증, 항암 등의 생물학적 기능이 있는 기능성 물질이다(Mazza 2007). Tamagawa et al. (1997)은 보리 폴리페놀 추출물이 항산화성 및 활성산소 소거능이 있다고 보고하였으며, 석 등은 보리 도정 부산물로부터 폴리페놀 추출물의 항산화 효과가 알파-토코페롤과 유사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보리 폴리페놀 함량은 약 50 mg/100g수준이었다고 보고되지만(Choi et al. 2007), 폴리페놀은 보리의 내유 배유조직보다 껍질을 포함하는 외부층에 많이 집적되어 있어 보리 품종, 재배환경, 도정률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호향’의 지역별 수량성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개년간 실시한 지역적응시험(RDA 2014, 2015, 2016) 결과, 전작 재배지역인 수원, 춘천, 청주 3개 지역 평균 6.68톤/ha이었으며, 답리작 재배지역인 익산(전주), 대구 2개 지역 평균 5.06톤/ha으로 표준품종인 ‘올보리’보다 15% 높은 수량성을 나타냈다. 이중 재배 안정성 높았던 수원지역에서 8.48 톤/ha으로 가장 높은 수량성을 보여 전체 평균의 수량성은 ha 당 6.03 톤으로 ‘올보리’(5.55 톤)보다 9% 증수하였다(Table 5).
기후변화 대응 재배안정성과 병해 저항성인 다수성 겉보리 품종 개발이 필요하며, ‘호향’은 춘파 적응성이며 도복에 강하고 다수성인 겉보리이다. ‘호향’은 6조이며 파성이 Ⅱ인 춘파형 겉보리로 이삭의 형태는 밀수형이고, 까락이 긴 장망형이다. 출수기는 4월 21일로 표준품종인 ‘올보리’(4월 22일)에 비해 1일 빨랐다. 간장은 78 cm로 ‘올보리’와 비슷한 장간형으로 내도복성이며, 수장(4.7 cm)은 길고 1수립수(55개)가 많으며, 천립중은 31.9 g이었다. 보리호위축병은 ‘올보리’보다 저항성이며, 추위 저항성 정도는 ‘올보리’와 비슷하였다. 단백질(10.9%)과 베타글루칸(5.0%) 함량은 ‘올보리’와 비슷하였으나 폴리페놀 함량(0.19%)은 높았다. 조곡 수량성은 전작에서 6.68톤/ha, 답리작에서 5.06톤/ha의 수량성을 나타냈으며, 전체 평균의 수량성은 ha 당 6.03 톤으로 ‘올보리’ 대비 9% 증수하였다. 이 품종은 춘파 적응성 내도복 다수성 겉보리로 가을 파종시기에 강우로 인하여 파종하지 못해 춘파 재배가 필요시 안정생산이 가능한 품종으로 보급이 기대된다.
본 연구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과제명: 겉보리 신품종 개발, 과제번호: PJ015004012020)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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