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는 대부분의 속씨식물에서 새로운 개체로 성장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는 중요한 생명 단계로, 식물의 번식과 세대 교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종자의 특성은 종이 적응한 서식지에 따라 결정되며, 이러한 특성은 유전자원 종자의 형질 분석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종자는 생리적 성숙 단계에서부터 수확, 가공, 저장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노화 또는 퇴화를 겪게 되며, 이는 종자의 활력과 생존력 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특히 유전자원 종자은행에서 장기간의 건조 저장 중에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종자는 사멸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핵산, 세포막 성분, 효소 등과 같은 거대 분자들이 손상되거나 세포막의 구조적 무결성이 상실되고 세포 소기관이 손상되거나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Jo et al. 2023, Rao et al. 2017).
종자 활력을 평가하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종자 발아율 측정 또는 종자 발아 속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테트라졸륨 염색법이나 전해질 누출도 등의 생화학적 검정 방법도 활력 평가에 사용되고 있다(Marin et al. 2017).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검정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수작업에 의존하며, 종자의 일부를 파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비파괴적이며 신속한 대안이 필요하게 되었고, 근적외선분광법(Near-Infrared Spectroscopy, NIRS)이 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Wang et al. 2022). 근적외선분광법은 유기 화합물과 물이 근적외선을 흡수하는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로, 단일 종자 분석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된 바 있다(Cozzolino 2014). 또한 샘플의 화학적 및 물리적 특성을 전처리 과정없이 없이 간단히 분석할 수 있는 비파괴적 기술이다(Manley 2014).
NIRS는 유기분자의 주요 구성 요소인 C-H, N-H, O-H 결합과 같은 특정 작용기의 진동 패턴을 기본으로 하여, 각 물질을 이루고 있는 고유한 화학적 특성을 비파괴적으로 분석하는 기술로, 여러 성분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량 선별 도구로 자리 잡았다(Pasquini 2003). 특히, 화학성분 분석에 필요한 시약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게 종자의 내부 성분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NIRS의 강점이 두드러진다(Choi et al. 2016). 기존 연구에 따르면, NIRS는 식물 내부 성분을 정확히 추정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였으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전처리와 교정 모델의 평가를 통한 최적의 정보 추출이 필요하다(Shrestha et al. 2017). NIRS는 농업뿐만 아니라 식품과학, 생물학, 의약, 제약,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물질의 성분과 구조를 비파괴적으로 분석하여 품질 관리, 안전성 보증, 공정 최적화 등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Tsuchikawa et al. 2022). 최근에는 멕시코 소나무(Pinus patula schiede & deppe)와 무(Raphanus sativus L.) 종자에서 활력이 있는 종자와 불활성(빈) 종자를 구별하는 데 NIRS가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다(Min & Kang 2008, Tigabu & Oden 2003). 특히 NIRS를 이용한 종자 활력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Lee et al. 2017, Shrestha et al. 2017).
본 연구는 NIRS를 활용하여 밀(Triticum aestivum L.) 종자의 활력을 예측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교정식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통해 기존의 종자활력 평가 방법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고, 농업 분야에서 대량의 종자를 신속하고 비파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 사용된 밀(Triticum aestivum L.) 품종은 백강, 아리진흑, 고소, 우리, 금강, 조품, 조경, 황금알, 수안, 호중, 백찰, 새금강, 태중의 13품종으로 국립식량과학원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분양받아 사용하였다(Fig. 1).
밀 종자의 인위적 노화 처리는 국제종자검정협회의 지침(ISTA, 2023)에 따라 수행되었다. 상대 습도 100%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증류수 100 mL를 플라스틱 가속노화(Aging Acceleration, AA) 상자(26.5×19.0×11.4 cm)에 부었다. 13개 밀 품종의 종자를 AA 상자 내부 트레이에 한 겹으로 펼친 후 상자의 뚜껑을 닫고, 41℃ 배양기에서 전체 10일 동안 처리하면서 2일 간격으로(0일, 2일, 4일, 6일, 8일, 10일) 종자 샘플을 분리하여 이후의 실험에 활용하였다.
수분 함량 측정은 ISTA의 지침에 따라 진행되었다. 밀 종자는 믹서로 1분간 갈아 1 g의 시료를 수분 측정관에 넣어 무게를 측정한 후, 130℃에서 2시간 동안 건조시켰다. 이후 데시케이터에서 1시간 동안 냉각한 후 무게를 다시 측정하였다. 수분 함량은 다음 식을 이용해 계산되었다: [(건조 전 무게)-(건조 후 무게)]÷[(건조 전 무게)-(수분 측정관 무게)]×100 (%).
이후 ISTA의 지침에 따라 표준 종자 발아 검정을 진행하였다. Petri dish (150×20 mm)에 필터페이퍼 한 장을 깔고, 증류수 12 mL를 부은 후, 각 petri dish에 밀 종자 50립을 치상하였다. 이후 20℃의 식물 생장 배양기에서 12시간 주기의 광/암 조건을 설정하여 총 8일간 배양하고 4일 간격으로 발아되는 종자의 수를 측정하였다. 발아율 계산은 전체 종자 수에 대해 발아종자의 비[(발아 종자 수/총 종자 수)×100 (%)]로 계산하였고 모든 실험은 3회 반복하여 수행하였다.
인위노화 처리가 완료된 밀 종자는 48시간 음건 시킨 후 종자(샘플당 50립)을 원형컵(외경 5 cm, 내경 3.5 cm)에 채워 근적외선분광분석기(FOSS, XDS Rapid content analyzer, Hoganas, Sweden)를 사용하여 NIRSystem의 회전 모듈에서 표본별 약 10회 반복 스캔되었으며, 400~2500 nm 파장 범위에서 2 nm 간격으로 평균 스펙트럼 데이터를 개별 파일로 기록하였다. 표본별 획득된 데이터 중 가운데 8품종(백강, 아리진흑, 고소, 우리, 금강, 조품, 조경, 황금알)에서 획득한 828개의 데이터는 검량 집단으로, 이외의 5품종(수안, 호중, 백찰, 새금강, 태종)에서 얻은 720개의 데이터는 검증집단으로 선택하여 발아율 분포의 균일성을 확인하였다. NIRS 데이터의 수집, 처리, 수학적 분석 및 통계 분석은 ISIscan 소프트웨어(FOSS, v4.2.0)를 사용하여 수행되었다.
NIRS 검량 모델은 WINISI III 소프트웨어(v.1.50, Eden Prairie, MN, USA)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밀 종자의 활력 평가를 위한 검량 방정식은 검량 집단(n=828)을 사용하여 생성되었으며, 원 스펙트럼 데이터와 1차 및 2차 미분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미분 차수, 데이터 간격, 평활화(smoothing) 포인트 수는 교차 검증의 결정계수(1-VR)와 교차 검증의 표준 오차(SECV)를 최적화하기 위해 조정되었다.
입자 크기에 따른 산란 효과를 보정하기 위해 SNV-DT 변환을 적용하였으며, 큰 잔차 값, T-이상치, GH-이상치 등을 기준으로 이상치를 제거하여 검량 방정식을 최적화하였다. 스펙트럼 데이터와 참조 데이터 간의 상관관계는 MPLS 회귀 분석을 사용하여 평가하였으며, 근적외선 범위만을 포함한 절단 스펙트럼과 전체 스펙트럼을 비교하였다. 또한 PLS 및 PCR 회귀 분석도 최적 모델 선정을 위해 테스트되었다. 검량 방정식은 검량식 표준 오차(Standard Error of Calibration, SEC), 검량식 결정계수(Determination Coefficient, R2), 교차 검증의 표준 오차(Standard Error of Cross Validation, SECV), 교차 검증의 결정계수(Coefficient of Determination in Cross Validation, 1-VR)를 모델 성능 평가에 사용되었다. 마지막으로, 검량 성능은 표준오차 대비 교차 검증 표준오차 비율(Standard Deviation/ Standard Error of Cross Validation, SD/SECV) 값을 통해 평가하였다.
13개의 밀 품종을 대상으로 인위적 노화 처리를 통해 각 품종의 발아율 변화와 활력 감소를 비교하였다. 분석 결과, 품종 간 인위적 노화에 따른 발아율 변화가 상이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품종별로 종자의 수분 흡수 및 유지 능력, 그리고 노화 저항성에 차이가 나타났다(Fig. 2).
밀 품종에 따라, 백강 품종 종자는 초기 발아율이 99%로 높았으나, 노화 4일차부터 급격한 발아율 감소를 보였으며 8일차에는 0%로 완전히 발아력을 상실하였다. 반면, 우리밀과 백찰 품종 종자는 백강에 비해 노화에 더 강한 모습을 보여 6일차까지도 발아율이 비교적 유지되었으며, 8일차 이후에 급격한 감소가 나타났다.
이러한 품종 간 차이는 Lafond와 Baker (1986)의 연구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밀 품종마다 발아를 위해 필요한 최적의 수분 함량과 노화 저항성이 다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Rao et al. (2023)과 Ghosh et al. (2020)의 연구에서도 종자 노화 또는 화합물에 따른 발아율 저하가 수분 함량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Khaeim et al. (2022)의 연구는 품종에 따라 종자의 세포벽 구조와 수분 유지 능력이 달라 노화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도 이러한 품종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고소와 금강 품종은 백강에 비해 노화 저항성이 더 강한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노화 6일차까지 발아율이 50% 이상 유지되었으며, 10일차에 발아능을 상실하였다.
결론적으로, 밀 품종에 따라 인위적 노화에 대한 저항성과 발아율 감소 패턴이 다르게 나타났으며, 이는 종자의 저장 및 관리 전략을 품종별로 달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발아율 감소가 빠른 품종의 경우 더 철저한 관리와 짧은 저장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인위노화 처리(AAT)한 전체 13개 밀 품종의 시료를 검량집단(백강, 아리진흑, 고소, 우리, 금강, 조품, 조경, 황금알) 및 검정집단(수안, 호중, 백찰, 새금강, 태종)으로 나누어 NIRS 스펙트럼을 분석하였다.
Fig. 3A에서 백강 밀의 인위적 노화 처리(AAT) 기간에 따른 근적외선(NIR)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각 처리 조건(a: 비처리, b: AAT 2일, c: AAT 4일, d: AAT 6일, e: AAT 8일, f: AAT 10일)마다 스펙트럼의 변동이 명확하게 구분되었고, 특히 처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스펙트럼의 변동폭이 커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AAT로 인해 밀 종자의 화학적 구성과 물리적 특성이 변화하는 것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종자 내부의 수분 함량 감소, 단백질 및 탄수화물의 분해, 세포막 구조의 손상이 일어나며, 이러한 변화가 스펙트럼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Rao et al. (2023)이 보고된 결과와 일치하며, 밀 종자의 활력 감소와 관련된 화학적 변화를 스펙트럼으로 확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Fig. 3B에는 검정집단 전체의 NIR 스펙트럼을 나타내었다. 검정집단의 스펙트럼은 큰 변동 없이 균일한 패턴을 보였다. 이는 전체 밀 품종이 인위적 노화 처리를 통해 유사한 화학적 변화 과정을 거쳤음을 시사하며, 종피 색상이나 표면 구조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1,200 nm~2,500 nm 범위에서 나타나는 일관된 스펙트럼은 밀 종자의 발아율 예측에 의미있는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으로 다양한 품종에 대한 통합적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적외선분광법(NIRS)을 이용하여 인위적 노화 처리된 밀 품종의 발아율을 예측한 결과와 실제 발아율 간의 상관관계를 Fig. 4에 나타내었다. 총 799개의 샘플을 대상으로 예측한 결과, 결정계수(R2)는 0.928로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으며, 이는 예측값과 실제값 간의 일치도가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검량의 표준 오차(SEC)는 0.316으로 낮은 값을 보였으며, 이는 모델의 예측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기울기(slope)가 0.999로 1에 거의 근접한 값으로 나타났으며, Bias 값은 0.000으로, 예측값이 실제값과 거의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NIRS 기반 모델이 밀 종자의 발아율 예측에 있어 매우 신뢰성 있는 도구임을 입증한다.
밀 종자의 발아율 예측을 위해 구축된 검량집단의 NIRS 기반 예측 모델을, 검증집단의 NIRS 데이터를 활용하여 교차 검증을 수행하였다. 예측 모델의 구축을 위해, 발아 검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편차가 큰 값을 제거하고, WINISI Ⅲ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방정식을 사용하여 스펙트럼 산란을 보정하였다. 이후, MPLS (Modified Partial Least Squares), PLS (Partial Least Squares), PCR (Principal Component Regression) 세 가지 다변량 분석 방법을 적용하여 회귀 모델을 개발하였다. 분석 결과, MPLS 방법이 가장 높은 결정계수(R2) 0.936, 가장 낮은 표준 오차(SEC) 7.514로 다른 회귀 모델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Table 1).
따라서 MPLS 방법을 기반으로 한 예측 모델이 밀 종자의 발아율 예측을 위한 모형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 MPLS 방법은 전체 스펙트럼 변화를 고려하면서 불필요한 스펙트럼 정보를 제거하여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Chaukhande et al. 2024). 이로 인해 과적합을 줄이고 안정적인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1차 미분법을 적용하여 작성된 검량식의 교차 검증 결정계수(1-VR)는 0.914로 가장 높았고, 표준 오차(SECV)는 12.279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는 회귀 모델이 교차 검증에서도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모델의 신뢰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NIRS를 활용해 비파괴적으로 종자 발아율을 평가하는 방법은 기존 방법에 비해 큰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종자를 손상시키지 않고 신속하게 대량의 샘플을 처리할 수 있어, 향후 종자 산업에서 더욱 널리 사용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또한, 본 연구는 밀 품종에 따른 인위적 노화 처리에 대한 예측 성능을 입증함으로써, 다양한 품종과 처리 조건에서도 높은 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는 회귀 모델을 개발한 최초의 연구로서 그 의의가 크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제안된 NIRS 기반의 예측 모델은 밀 종자의 발아율 및 활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종자 관리, 저장 기간 예측, 및 품질 관리를 위한 중요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밀 종자의 발아율을 신속하고 비파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근적외선분광법(NIRS)을 활용한 예측 모델을 개발하였다. 총 13개의 밀 품종을 대상으로 NIRS 기반 검량 모델을 작성하고 검증하기 위해, 발아율이 다양한 검량 집단(1,360 샘플)과 검증 집단(1,000 샘플)을 구성하였다. 인위적 노화 처리(상대습도 98±2%, 40°C, 0~10일)를 통해 다양한 발아율을 가진 시료를 준비하고, NIRS로 400 nm~2,500 nm 범위에서 스펙트럼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획득한 데이터로 분석한 세 가지 회귀 모델 중 MPLS (Modified Partial Least Squares) 회귀 모델이 가장 높은 결정계수(R2) 0.936과 가장 낮은 표준 오차(SEC) 7.514를 기록하며 최적의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NIRS 기반 모델은 밀 종자의 발아율을 신속하고 비파괴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평가되었으며, 본 연구는 NIRS를 이용해 밀 종자의 활력을 비파괴적으로 평가한 최초의 연구로서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고유 연구사업(과제번호 PJ01724104) 지원으로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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