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물 소비자들과 농민들은 자신들이 기르고 소비하는 작물에 대하여 다양한 요구조건을 가지고 있다. 작물 육종은 소비자와 농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품종을 탄생시키고 있다(Are et al. 2019). 그러나 사람들의 욕구가 빠르게 변화하는데 비해, 새로운 품종 개발은 지연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일반 농가에 신품종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Atlin et al. 2017). 그러므로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빠른 신품종 개발이 요구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효율적인 육종 전략도 필요하다. 특히, 효율적인 육종을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유전자원 풀에서 육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표현형을 가진 유전자원을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메밀을 많이 재배하고 있는 지역은 제주도로, 국내 전체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그 뒤를 강원, 전북 등이 따르고 있으며, 최근들어 제주도의 메밀 재배 면적과 생산량은 다른 지역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Kim et al. 2017). 제주도가 압도적인 재배 면적과 메밀 생산량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 재배되고 있는 메밀의 국내 품종 점유율은 0.8%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정확한 품종조차 알려지지 않고 주먹구구식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Kim et al. 2021).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도 재배 현실에 맞는 새로운 메밀 품종 육종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메밀(Fagopyrum sp.) 은 Fagopyrum 속에 속하는 쌍떡잎 식물로 다년생과 일년생 식물을 모두 포함한다(Yasui et al. 2016). 일반적으로 작물로 이용되는 메밀은 주로 단메밀(F. esculentum Moench) 과 쓴메밀(F. tataricum Gaertn) 두가지가 있다(Singh et al. 2020). 두 메밀종 모두 아미노산, 미네랄, 비타민,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을 기능성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다(Suzuki et al. 2020, Zhu 2021). 위 물질들은 인체에 섭취된 후 항산화, 항염물질 및 비만 억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Zieliński & Kozłowska 2000, Christa & Soral-Śmietana 2008, Merendino et al. 2014). 이러한 유용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메밀은 최근 제주도에서 특화 작목으로도 선정되며 국가적으로 적극 재배를 권장하고 있다(Heo 2021).
본 연구는 제주도 환경에 적응이 용이한 메밀 육종을 목표로, 유전자원에서 육종 목표 형질을 찾기 쉽도록 다양한 표현형을 조사하고 이를 데이터화하여 최적의 유전자원 선발하려고 한다. 유전자원의 표현형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 수집과 목표 지향적인 유전자원 선발은 향후 육종가들이 효율적으로 육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전자원 탐색 시스템과 데이터 세트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연구에서는 상기 예를 바탕으로 유전자원에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보고해야 함을 제안하려고 한다.
실험은 제주대학교 내 온실에서 실시하였다. 모든 실험은 2019년 5월 5일부터 7월 9일 사이에 진행되었다. 농촌진흥청에서 제공받은 27개 재래종 단메밀(Fagopyrum esculentum) 유전자원 종자를 38.5×28 cm크기의 화분에 각각 심었다(Table 1). 화분 1개에 1개의 메밀 종자를 심었으며, 각 유전자원마다 4개의 반복을 두었다. 화분은 온실 내 실험 선반위에 놓았으며, 27개 메밀 유전자원, 총 108개 메밀 식물을 대상으로 하였다. 원예용 상토 ‘뚝심이’(Nongwoo Bio Co., LTD)를 사용하였고, 화분에 담긴 토양을 물에 흠뻑 적신 후 종자를 파종하였다. 하루 두 번씩 물을 충분히 공급하였으며, 6월 1일부터 7월 9일까지는 하루 세 번씩 충분한 물을 공급하였다. 모든 실험에 사용된 메밀 식물에서 90% 이상 개화한 후, 각 표현형을 측정하였고, 측정 후 모든 식물을 폐기하였다.
메밀의 표현형의 다양성을 평가하기 위해 총 11개의 메밀 표현형(식물체의 키, 전체 마디 수, 중심 줄기의 마디 수, 곁가지의 마디 수, 개화일, 줄기 평균 직경, 최하단 마디 직경, 최상단 마디 직경, 최하단 마디 길이, 최상단 마디 길이, 평균 마디 길이)에 대한 측정을 실시하였다. 측정은 메밀의 90% 이상에서 꽃이 완전히 개화하였을 때 측정을 실시하였다. 각 표현형에 대한 정의와 측정방법은 다음과 같다.
키(Height): 전체 마디의 길이를 모두 합한 것으로 정의하고, 전체 마디의 길이를 모두 측정한 후 합하여 구하였다.
전체 마디수(Total node number): 중심 줄기와 곁가지 마디의 수를 합한 것으로정의하고, 중심 줄기의 마디 수와 곁가지의 마디 수를 합하여 구하였다.
중심 줄기의 마디 수(Main node number): 지표면으로부터 이어진 줄기를 중심 마디로 정의하고 측정하였다. 떡잎 마디를 1로 시작하여 곁가지 마디의 수를 측정하지 않고 중심 줄기의 마디 수만을 측정하여 구하였다.
곁가지의 마디 수(Side node number): 중심 줄기로부터 갈라져나온 마디를 곁가지로 정의하고 측정하였다. 중심 줄기에서 갈라져나온 첫 번째 마디에서 시작하여 각 가지의 마지막 노드까지의 개수를 세었다.
개화일(Flowering date): 개화일은 식물체를 심은 날부터 식물체의 꽃이 90%이상 개화한 날까지 걸린 일수를 개화일로 정의하고 이를 측정하였다.
줄기 평균 직경(Average node diameter): 각 마디의 직경을 인접한 두 마디의 중간에서 줄기의 직경을 측정하였고, 이것을 각 줄기의 직경으로 정의하였다. 이후 측정한 모든 마디의 직경의 평균을 구하였다.
최하단 마디 직경(Lowest node diameter): 식물체의 가장 아래 마디를 최하단 마디로 정의하고, 최하단 마디의 중간의 직경을 측정하였다.
최상단 마디 직경(Highest node diameter): 식물체의 가장 상단의 마디를 최상단 마디로 정의하고, 최상단 마디의 중간의 직경을 측정하였다.
줄기 평균 길이(Average node length): 인접한 마디 사이의 길이를 줄기의 길이로 정의하고, 그 길이를 측정하였다.
최하단 마디 길이(Lowest node length): 식물체 가장 아래 마디를 최하단 마디로정의하고, 그 길이를 측정하였다.
최상단 마디 길이(Highest nod length): 식물체 가장 상단의 마디를 최상단 마디로 정의하고, 그 길이를 측정하였다.
표현형 중 마디의 개수는 관찰자가 눈으로 개수를 직접 세어 데이터를 만들었으며, 마디 길이 및 지름은 버니어 캘리퍼스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데이터 분석은 R 프로그램(Ver. 1.3.1056., RStudio Team, R Foundation for Statistical Computing, Boston)을 이용하여 수행하였다. 각 데이터는 Shapiro-Wilk 검정(Shapiro & Wilk 1965) 을 이용하여 정규성 검정을 하였다. 정규성 검정에서 정규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비모수 통계 분석법인 Kruskal- Wallis 검정(Kruskal & Wallis 1952)을 이용하여 27개 메밀 유전자원의 키, 전체 마디 수, 중심 줄기의 마디 수, 곁가지의 마디 수, 개화일, 줄기 평균 직경, 최하단 마디 직경, 최상단 마디 직경, 최하단 마디 길이, 최상단 마디 길이, 평균 마디 길이를 각각 분석하였다.
효율적인 육종을 위해서는 유전자원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유전자원을 획득하는 시스템에서는 각 유전자원의 원산지 이외의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육종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수집한 모든 유전자원을 재배하여 각 특질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해야만 한다. 본 연구에서는 각 유전자원의 특질을 미리 제시할 경우, 육종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제안한다. 제주도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메밀 육종을 목표로 확보하고 있는 유전자원의 특질을 확인하기 위해 메밀 유전자원 27계통의 표현형을 확인하였다(Fig. 1). 평균 줄기 직경과 최하단 줄기 직경은 반복 간에 통계적인 차이를 나타내고 있어 더 많은 반복 샘플이 필요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표현형들은 반복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Table 2). 이와 대조적으로, 평균 마디 길이를 제외한 모든 특질들은 유전자원 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Table 2). 이는 각 유전자원 특질 간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효과적인 신품종 육종을 위해서는 목표로 하는 식물체의 특징을 유전자원별 특질과 연관지어 특정하고, 그 특질을 가진 육종 후보 유전자원을 정확하게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고, 비와 안개가 심하며 특히 장마가 이른 지역이다. 일반적인 경우에도, 기단부가 튼튼하고 키가 작은 메밀 유전자원은 재배에 유리하다(Xiang et al. 2016). 최하단 마디가 두꺼운 것은 바람이 식물체의 기단부위를 부러뜨리거나 구부리는 데 저항성을 발휘하여 내도복성을 보여주기 때문에(Flintham et al. 1997, Ma et al. 2014)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서 필요한 특질이다. 게다가 작물의 두꺼운 줄기는 더 많은 과실 혹은 종자의 무게를 버텨 낼 수 있어 수확량에 기여함과 동시에, 수확 기계화에도 반드시 필요한 특질이기도 하다(Sanchez et al. 2012, Wang et al. 2018). 또한, 작물의 신장도 고려해야만 하는 특질이다. 작물의 신장이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700-1000 mm 가 가장 이상적이다(Flintham et al. 1997, Berry et al. 2000). 그러므로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 환경 조건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하단부 직경이 두껍고 키가 작은 유전자원을 선발하는 것이 바람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고, 높은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는 효율적인 유전자원 선발이다. 또한, 메밀은 짧은 성장 주기(Chen et al. 2018)를 가지는데, 수확 시기와 장마가 겹치게 되면, 수발아 피해를 입어 수확량이 급감할 수 있다(Suzuki et al. 2021). 그러므로 비와 안개가 잦고, 장마가 이른 제주도와 같은 환경에서는 개화일이 빨라 수확시기가 더 빠른 품종이 수발아 피해를 회피할 수 있어 유리하다. 결과적으로 빠른 개화일을 특질로 가지는 유전자원이 제주도 환경에 맞는 메밀 신품종 육종을 위해 필요하다.
Fig. 2에서는 제주도의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메밀 품종을 육종하기 위해, 27개 메밀 유전자원의 표현형을 제공함으로써, 효율적인 후보군 유전자원 선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최하단 줄기가 두꺼운 유전자원을 선발하였으며 그 결과가 Fig. 2A에 나타나 있다. 이어, 앞서 선발된 유전자원에서 키가 작은 메밀 유전자원을 선발한 결과를 Fig. 2B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선발된 유전자원 중 개화일수가 짧은 메밀 유전자원을 선발하여 Fig. 2C에서는 최종적으로 두 개의 육종 후보군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예시가 제안하는 바는 유전자원 은행에서 최대한 많은 특질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할수록 육종을 위한 초기 후보군을 조성하는 데 드는 노력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촌진흥청에서 관리하는 씨앗은행에서 유전자원을 기탁받을 경우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자원번호, 학명, 원산지로 제한되어 있으며, 생육 특질에 대한 데이터는 얻을 수 없다. 이는 미국 USDA에서 종자를 공여받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도 원산지 데이터 외에 특질에 대한 정보는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특질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놓는 것은, Fig. 2와 같은 간단한 선발에 이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머신러닝과 AI를 이용하여 다양한 변수 조건을 고려한 더욱 효율적인 육종 후보군 선발이 가능하다. 이 연구에서는 육종 목표를 임의로 정하여 간단한 선발을 진행하였지만, 머신러닝과 AI를 이용하여 특질에 대한 데이터 뿐만 아니라 기후에 대한 데이터도 축적하여 이용한다면 육종 목표를 인공지능이 설정하고 그에 맞는 육종 후보군을 선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표현체 이미지 분석을 통해 각 특질을 대량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측정하여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도 가능하다(Lee et al. 2021). 이와 같은 방법으로 급변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기호 뿐 아니라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빠른 육종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전자원의 특질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주요 작물에 대한 다양한 특질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국가 단위의 사업이 필요하다. 주요 작물별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유전자원의 특질 데이터를 축적해 놓음으로써 향후 신품종 육종개발의 효율성을 최적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물의 육종 목표는 환경 변화, 소비자 선호도, 재배적 편의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일반적으로 육종 목표를 달성한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초기 선발에서 육종 목표를 구성할 수 있는 특질을 가진 유전자원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수의 유전자원을 확보했으며, 고려해야만 하는 특질이 많은 작물의 경우, 육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효율적인 유전자원을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육종가들이나 연구자들이 대량의 유전자원 풀에서 육종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유전자원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선발 전략이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27개의 메밀 유전자원에서 다양한 표현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육종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유전자원을 선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예시로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육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유전자원에 대한 최대한 많은 특질이 보고된다면 본 논문에 제시된 방법 외에도 다양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인력과 연구비가 유전자원 데이터 구축을 위해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연구는 농촌진흥청 국가생명연구자원선진화 사업 농업과학기술연구 개발사업(종자클러스터 중앙⋅거점 소재은행 자원정보 표준화 및 연계통합, 과제번호: PJ015870)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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