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은 국내에서 제2의 주곡작물로써 현재 보급종인 금강(Nam et al. 1998), 백강(Kim et al. 2021), 그리고 새금강을 포함하여 40여개 품종이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및 소비자 기호도 변화 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하여 정밀하고 효율적인 밀 품종 육종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2018년 밀 유전체 정보가 해독되어 genome 염기서열이 공개됨에 따라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디지털 육종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또한 밀의 수량 등 주요 농업형질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병해 및 종실 특성에 관한 유전체선발 예측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Juliana et al. 2020, Lozada et al. 2020, Tsai et al. 2020, Plavšin et al. 2021, Juliana et al. 2022). 디지털 육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거대 유전체 집단(훈련집단, training population)과 그 집단의 유전체 또는 마커 정보와 목적으로 하는 표현형 정보가 필요하며, 이 모든 정보를 활용하여 유전체 정보와 표현형 간의 연관됨을 통계학적으로 판단하는 유전체선발(GS: genome selection) 예측 모델이 필요하다. 이 모든 요소들의 정확도가 유전체선발 예측 모델의 정확도가 결정됨에 따라 디지털 육종이 구현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훈련집단을 구축하고자 모집단 60여개국 2천여 점의 전세계 밀 자원을 활용하여 유전적 다형성을 확인하여 최종 614점의 밀 핵심집단(Wheat core-set)을 구축하고 35K SNP chip 정보 및 다양한 농업형질 등의 표현형 정보를 축적함으로써 디지털 육종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Min et al. 2021).
국내 밀 품종은 주로 겨울에 파종하여 다음해 6월경에 수확하기 때문에, 월동기 동안 저온에 의한 손상은 밀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자연환경 문제 중 하나이다. 국내 밀 육종 프로그램에서는 월동 시 저온으로 인한 밀 잎의 고엽 피해 정도를 분석하여 저항성 계통을 선발하는 데 참고한다. 국립식량과학원 밀 육종 시스템은 인공교배 후 F2 집단을 한랭지(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시험장, 해발 400 m)에 전개하여 이듬해 2월 말 또는 3월 초에 월동 후 내한성 검정을 수행하고 있다. 월동 시 저온으로 인한 밀 잎의 고엽 정도를 달관조사(육종가의 관능평가를 통해 내한성이 강하여 고사된 입이 거이 없는 경우부터 녹색 잎이 거의 없는 상태 까지를 5단계로 나눈 지표) 및 고엽율(한 잎 전체 길이 중에 죽은 잎의 길이를 비율로 나타낸 지표)을 분석하여 우수 계통을 선발하는데 참고한다. 그러나 달관조사는 관측하는 선발자의 기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고엽율은 분석한 잎에 따른 변수가 많다. 최근에는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유전체선발 예측 모델 개발이 진행되고 분석장비도 고도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관측자 누구나 동일한 표현형 분석 값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근 영상 장비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작물의 디지털 표현형 분석이 가능해졌으며, 다중분광, 초분광, 열 적외선 카메라 및 RGB 카메라와 같은 광학센서를 이용한 작물 생육 모니터링이 보편화 되고 있다(Li et al. 2014, Anderson 2016, Araus et al. 2018, Lee et al. 2020). 그리고 RGB 카메라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포장에서 밀 동결 상해를 판별하는 분석방법이 보고되었다(Fu et al. 2021). 이 연구에서는 기존의 관능평가와 엽록소(chlorophyll) 함량 분석을 RGB 이미지 분석과 비교하여 국내 밀 품종의 내한성 평가를 RGB 이미지 정보로 대처가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RGB 이미지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로 누구나 동일한 내한성 평가 값을 구현하고 디지털 육종에 도움이 되고자 이 연구를 실시하였다.
국내에서 육성되어 공시된 국산 밀(Triticum aestivum L.) 40품종(Table 1)을 2020년 10월 15일에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시험장(한랭지, 해발 400 m) 포장에 3.0 m×0.4 m×1열로 2 반복 파종하였다.
2021년 2월 25일에 운봉시험장 내한성 포장에서 월동 후 생육이 재생되는 시점에 농업과학기술 연구조사분석기준(I)에 따라 내한성을 평가하였다. 고엽정도는 한 줄에서 생육 되고 있는 전체 개체의 잎 중에서 고사된 잎의 수준을 판단하여 관측자의 관능평가로 진행되었다(0, 무; 1, 20% 이하; 3, 21~40%; 5, 41~60%; 7, 61~80%; 9, 81% 이상). 고엽율(dead leaf ratio)의 경우는 조사구내 무작위로 선발하여 개체당 살아있는 제일 긴 잎의 길이 중 고엽된 부위의 비율로 나타내었으며 5 반복하였다.
밀 품종별 5 개체를 선별하여 각 개체에서 같은 위치에 있는 잎 하나씩을 잘라 무게를 잰 후 2 ml 튜브에 쇠구슬과 함께 넣고 초고속파쇄기(Tissuelyser, cat. no. 85300, Qiagen, Germany)를 이용하여 조직을 파쇄하였다. 100% 메탄올 1 ml을 넣고 잘 섞어 준 후 13,000xg에서 2분간 원심분리 하여 상등액을 분리하였다. 각 200 μl의 샘플을 96-well 마이크로플레이트에 넣고 분광광도계(Multiskan SkyHigh Microplate Spectrophotometer, Thermo Fisher Scientific, MA, USA)에서 666 nm와 653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하여 조직 무게 대비 chlorophyll 함량 값을 계산하였다(Warren 2008).
내한성 평가와 동일한 일자에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여 품종별로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부분을 동일한 높이(30 cm)에서 촬영하였다. 고품질 영상을 촬영하기 위하여 적절한 영상의 밝기를 설정하는 영상 노출 값 및 셔터 속도 값을 설정하였다(Yoon 2017). 본 영상 촬영에서는 ISO 값을 300, 조리개 값을 f/3으로 고정한 후 촬영하였으며 JPG 파일 형식의 3800×2160 해상도로 저장하여 RGB 분석에 이용하였다(Sang et al. 2021). RGB 영상의 전처리 및 분석은 Python 3.8 (www.python.org) 프로그램의 영상처리 전문 패키지인 openCV를 이용하여 RGB 영상을 색상 채널 별로 분리(segmentation)한 후 잎의 Greenness index는 전체 잎 픽셀수에 대한 고사된 잎을 제외한 정상잎의 픽셀수의 비율로 산정하였다. 전체 잎(정상잎 + 고사된잎) 픽셀 수를 산정하기 위해 RGB 영상을 HSV 색공간으로 변환하여 이미지의 임계값(threshold)을 70으로 설정하였고, 정상잎은 토양(배경)과 식물(녹색)을 분리하여 식물의 픽셀수를 산정하였다(Lee et al. 2020).
이 연구에서 밀 잎의 고엽율(dead leaf ratio), 엽록소 함량, 그리고 greenness index 차이는 생물학적 3반복 평균값을 활용하여 95% 유의수준에서 독립표본 t-검정으로 분석하였다. 관능평가지수와 greenness index의 유의성을 평가하기 위해 Microsoft Excel의 t-검정을 이용하였다.
Sang et al. (2021)은 소형 무인기와 RGB 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콩의 군락 피복율 및 엽색 정보 등을 추출하고 콩 한발 스트레스 하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상호 비교 분석하였다. 그리고 Fu et al. (2021)은 필드 환경에서 밀 동결 손상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정량화 하기 위해 RGB 동결 손상 시스템을 보고 하였다. 이 연구에서 우리는 RGB 컬러 이미지로 어린 잎의 내한성 평가에 적용할 수 있는지 판별하고자 하였다. 먼저 월동초기 국내 대표 밀 품종인 금강의 어린 잎(2엽기, 제1본엽)에서 고엽된 정도가 다른 식물들을 확보한 후 3개 그룹(1-3)으로 나누었다(Fig. 1a). 1번 그룹의 제1본엽에서는 고엽된 부분이 전혀 없고, 2번과 3번 그룹은 제1본엽 길이 중 각각 12%와 43%가 고엽이 되어 탈색이 되었다(Figs. 1a, 1c). 각 그룹의 제1본엽에서 총 엽록소(chlorophyll) 함량을 분석한 결과 엽록소 함량은 1번 그룹에 비해 2번과 3번 그룹에서 각각 88%와 57%의 엽록소 함량을 나타냈으며, 고엽율과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Fig. 1d). 이 개체들의 사진데이터를 RGB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제1본엽에서 네 부분을 분획하여 지정한 후 주변 배경을 삭제한 식물 부분만의 사진을 얻었다. 그 후 RGB의 색상 채널별로 나누어 녹색 부분만의 면적을 계산함으로써 greenness index를 구성하였다(Figs. 1b, 1e). 그 결과 1번 그룹의 제1본엽에서는 전체 RGB에서 녹색부분이 100%로 측정되어 고사된 영역이 없음을 보였으며, 2번 그룹에서는 97%가 녹색부분으로 살아있는 잎 부분이고 3%가 고엽된 부분으로 측정되었다. 그리고 3번 그룹에서는 73%가 살아있고 27%가 죽어있는 부분으로 측정되었다(Fig. 1e). 3번 그룹에서 greenness 측정값이 엽록소 측정값과 고엽율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지만 전체적으로 각 그룹으로부터 측정된 잎들의 엽록소 함량, 살아있는 잎의 비율, greenness index는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Figs. 1c-1e). 3번 그룹의 greenness 값이 조금 높게 나온 이유는 건조에 의한 형태적인 변화로 인해 고엽된 면적의 비율이 다소 작아짐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결과들을 바탕으로 월동 시 저온에 의해 밀 잎의 고사된 정도를 정밀히 분석할 때에는 Fig.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RGB color image 분석이 엽록소 함량 측정 또는 고엽율 조사를 대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식물체 수준에서 RGB 이미지 분석으로 기존의 육안 판별법(달관조사)과 유의성을 나타내는지 비교하고자 하였다. 육안 판별에 의한 내한성 지수(내한성이 강한 것부터 약한 것까지 1, 3, 5, 7, 9로 표기) 별 식물체를 포장에서 선별하여RGB 이미지로 분석하였다. Fig. 2a에서 보는것과 같이 원본 이미지에서 분석할 영역을 지정하여 추출한 후에 greenness를 측정하였다. 육안 판별로 내한성이 강한 식물들은 높은 greenness index를 보였으며 이 두 index사이에는 R2=0.9738의 고도의 정의 상관관계를 보였다(Figs. 2b, 2c). 이 결과로 RGB 이미지 분석에 의한 내한성 정도가 육안 판별법과 유사하여 신뢰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국립식량과학원 밀 육종 프로그램에서는 해발 400 m의 평지로써 겨울에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시험장에서 내한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월동 전 많은 분얼이 생기고 월동 후 2월 중순 생육재생기가 지나면 겨우내 동사로 인해 누렇게 고엽이 진행된 잎들과 분얼에서 새로 출현한 잎들이 함께 존재한다(Fig. 3a). 우리는 RGB 이미지 분석이 실제 포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육안 판별에 의한 내한성 지수와 고엽율을 RGB 이미지 분석과 비교하였다(Fig. 3). 국내 밀 40품종의 육안 관찰의 의한 내한성 지수1에 해당하는 품종은 16개 품종이 해당되었으며, 내한성 3과 5에 해당하는 품종은 각 11개 품종, 7에 해당하는 품종은 2개였으며, 9로 판단되는 품종은 존재하지 않았다(Fig. 3b, Table 1), 고엽율 정도는 1-10, 10-20, 20-30, 30-40, 그리고 45-55%의 5 단계로 나누었을 때 10, 15, 5, 9, 그리고 2 품종이 각 지표에 순차적으로 해당하였다(Fig. 3c). 그리고 RGB 이미지 분석에 의해 greenness 지수를 0.2 단위로 5단계로 나누었을 때는 순차적으로 각각 0, 8, 7, 10, 그리고 15 품종이 이에 해당되었다(Fig. 3d). 이 결과에서 육안 판별에 의한 결과와 RGB 이미지 분석에 의한 결과는 정의 상관관계(R2=0.671)를 나타내었다(Fig. 3e). 하지만 육안평가와 고엽율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지 않았으며, RGB 이미지와 고엽율 사이에서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전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고엽율 평가는 개체별로 잎을 채취하여 전체 잎 길이 당 고엽된 잎 부분의 길이를 측정한다. 하지만, 한 계통 내에서도 잎들 간의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큰 오차가 발생하게 되며, 많은 계통의 특성을 비교 분석해야 하는 육종의 특성 상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 결과들로 우리는 RGB 이미지 분석 방법을 통해 전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육안 판별에 의한 내한성 정도를 보다 정교하게 판별할 수 있으며 내한성을 판별하는 관찰자 판단 기준에 따른 오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본 연구는 밀 품종의 내한성 평가를 RGB 이미지 분석으로 효율적으로 판별하고자 기존의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육안 판별법, 개체별 잎의 고엽된 정도(고엽율) 및 엽록소(chlorophyll) 함량 분석 결과값과 비교하였다. 고엽된 정도가 다른 식물체 수준에서 엽록소 함량 값과 고엽율과 육안 판별 지수와 RGB 이미지 분석에 의한 greenness지수는 고도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아울러 육종 포장에서 월동 후 생육재생기에 조사한 RGB 이미지 분석에 의한 내한성 정도는 육안으로 판별한 내한성 정도와 높은 유사도를 보였다. 이 결과들을 통해 RGB이미지 분석법은 밀 내한성 평가에 육아 판별을 대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발 시스템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본 연구는 농촌진흥청 연구사업(세부과제명: 밀 내재해성 우수자원 간이 선발 시스템 개발, 세부과제번호: PJ014989012022)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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