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Oryza sativa L.)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주식으로 소비하는 주요 식량작물로, 국내 농가의 약 85%가 벼농사에 종사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작물이다(Jeong et al. 2021). 최근 기후변화로 인하여 심화되는 다양한 비생물적 스트레스(abiotic stress)와 새로운 병원체 출현으로 인한 생물적 스트레스(biotic stress)는 쌀의 안정적인 생산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Romero et al. 2019). 농업 생산은 병해충 발생과 기상재해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생물적⋅비생물적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저항성 품종 육종 및 재배기술 개선이 오랫동안 이루어져왔다(Anderson et al. 2020). 이를 통하여 수십년간 다양한 내병성, 내재해성 품종들이 개발되어 왔으나, 기존의 전통적 육종기술에 의존하는 품종 개발은 목표 형질을 개선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Borrelli. et al. 2018, Mishra et al. 2021).
최근에는 유전자 교정 기술을 통해 목표로 하는 유전자의 제거(knockout)나 삽입(knockin)과 같은 보다 정확한 편집이 가능해져 전통 육종 기술의 한계를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유전자 교정은 서열특이적 핵산분해효소(sequence-specific nucleases, SSNs)를 이용해 원하는 위치에 DNA 이중가닥절단(double-strand breaks, DSB)을 일으킨 후, DNA 수선기작인 비상동말단접합(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 이나 상동재조합(homology-directed repair, HDR)을 통해 삽입/결실(indel)을 유발하거나 특정 DNA의 삽입이 가능한 기술이다(Belhaj et al. 2015). 식물에서 DSB 복구는 주로 NHEJ 경로에 의존하는데, 이는 주형 DNA 없이 절단된 DNA의 말단을 연결하며 오류가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염기 결실 또는 삽입으로 인한 knockout 돌연변이가 유도된다(Puchta. 2005, Zhang et al. 2017). 한편 HDR은 주형 DNA를 제공하면 특정 위치에 원하는 염기서열을 삽입하거나 교체하는 knockin이 가능하고, 정확성이 높은 반면 아직까지는 효율이 낮아 수행이 어렵다(Zhang et al. 2017).
유전자 교정에는 Zinc finger nuclease (ZFN), 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 (TALEN),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CRISPR)/CRISPR-associated protein9 (Cas9) 등이 활용되며 다양한 작물에서 목표 형질을 개선하기 위해 활발하게 이용되어 왔다(Zaidi et al. 2018). ZFN과 TALEN 은 목표로 하는 DNA를 인식할 수 있는 DNA 결합 도메인(DNA-binding domain)과 핵산분해효소인 Fok I 도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표부위에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지만 DNA 결합 도메인의 설계와 제작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Belhaj et al. 2015, Zhang et al. 2017). 3세대 유전자 교정 도구인 CRISPR/Cas9은 ZFN 및 TALEN과 유사하게 DSB를 일으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목표 유전자 인식에 single-guide RNA (sgRNA)가 사용되고 표적서열을 절단하는 Cas9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Cong et al. 2013, Mali et al. 2013, Zhang et al. 2017). sgRNA는 20 bp의 DNA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역할을 하고, Cas9 단백질의 HNH 도메인과 RuvC 도메인은 각각 sgRNA와 상보적, 비상보적인 DNA 가닥을 절단하여 DSB를 일으킨다(Jinek et al. 2012, Zhang et al. 2017). 이 때 Cas9/sgRNA 복합체가 성공적으로 표적 DNA에 결합하여 이중가닥을 절단하기 위해서는 표적부위의 인근에 Cas9의 protospacer adjacent motif (PAM) 서열인 5'-NGG-3' 가 존재해야 한다(Zhang et al. 2017, Rasheed et al. 2021). CRISPR/Cas9은 표적서열을 바꾸기 위해 sgRNA의 20 bp 서열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기존의 유전자 교정 기술에 비해 간단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효율성이 높다(Zhang et al. 2017).
본 논문은 벼 내병성 및 내재해성 증진 육종 분야에서 CRISPR/Cas9 유전자 교정 기술의 활용 현황을 분석하고자 2013~2021년에 관련 분야에서 출간된 연구 논문을 주요 분야별로 분류하였고, 내병성 및 내재해성 증진 사례에 대해 심층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향후 CRISPR/Cas9 기반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한 벼 육종 분야의 전망과 연구방향에 대하여 논하였다.
PubMed(https://pubmed.ncbi.nlm.nih.gov/advanced/)와 Web of Science (https://www.webofscience.com/wos/woscc/advanced-search)에서 제목에 “Rice”와 “CRISPR”를 포함하는 2013~2021년 게재 논문을 추출하였다. 그 결과 PubMed에서 179편, Web of Science에서 195편의 논문이 추출되었으며, 2개의 DB로부터 중복되는 논문을 제외하여 총 210편의 논문으로 종합하였다. 연도별로 벼의 CRISPR/Cas9 분야 논문의 수는 2013년 2편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고, 2020년에는 발표된 논문이 50편으로 가장 많았다(Fig. 1). 추출된 210편의 논문은 내용에 따라 프로토콜 연구, 유전자 기능 연구, 육종/실용화 연구, 기타 연구로 분류하였다(Fig. 2). 그 결과 프로토콜 연구 분야 논문이 101편(48%)으로 약 절반 가량을 차지하였고, 육종/실용화 연구는 66편(31%), 유전자 기능 연구는 26편(12%), 리뷰논문을 포함한 기타가 17편(8%) 순으로 분류되었다. 육종/실용화 분야로 분류된 66편의 논문은 목표 형질에 따라 영양/기능성 개선(20편), 수확량 증대(11편), 내병성 증진(10편), 웅성불임 도입(7편), 내재해성 증진(5편), 기타(발아력, 입형, 초형 개선 등 13편) 분야로 세부 분류를 진행하였다. 이후 본 논문에서 초점을 두고자 하는 내병성 및 내재해성 증진 사례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문헌 검색을 추가로 실시하여 제목에 “CRISPR”와 “rice”를 포함하는 문헌 이외에도 내병성 증진 관련 11편의 논문을, 내재해성 증진 관련 7편의 논문을 추가로 검색하여 총 33편의 연구논문(내병성 21편, 내재해성 12편)에 대한 사례 분석을 실시하였다(Tables 1, 2).
Xanthomonas oryzae pv. oryzae (Xoo)에 의해 발생하는 흰잎마름병은 벼를 재배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병해이다(Shin et al. 2011). 피해양상은 이병시기와 발병 정도에 따라 다른데, 잎의 고사 정도가 심한 경우 등숙률과 천립중 감소로 인해 수량이 크게 감소하고 쌀 품질이 저하된다(Niño-Liu et al. 2006, Noh et al. 2007, Shin et al. 2011). 우리나라에서는 남서해안, 남부평야지, 중부평야지에서 주로 발생하며 1990년대 이후 국내 주요 분포 균계인 K1, K2, K3에 대한 저항성 품종 개발과 보급으로 흰잎마름병 발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Noh et al. 2008, Park et al. 2019a).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신균계인 K3a 출현으로 인해 기존 품종의 저항성이 붕괴되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이후 K3a에 저항성 유전자로 작용하는 xa5, Xa21 등의 유전자를 도입한 품종이 새롭게 개발되어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다(Park et al. 2019a).
Xoo는 잎의 수공이나 상처부위로 들어가 세포간극에서 번식한다(Tang et al. 2005). Xoo의 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TALE) 단백질은 벼의 감수성 유전자(S gene)인 SWEET (sugars will eventually be exported transporters) family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있는 effector binding element (EBE) 서열 부위에 결합하여 유전자 발현을 유도함으로써 벼로부터 양분을 얻어낸다(Tang et al. 2005). TALE 단백질은 중심부반복서열(central repeat region; CRR)의 균계 간 다형성에 따라 숙주에 침입하여 인식할 수 있는 SWEET 유전자의 EBE 서열도 달라진다(Mak et al. 2012, Ni et al. 2021). 벼에 존재하는 20개 이상의 SWEET 유전자 중 Xoo의 주요 타겟은 OsSWEET11 (=Xa13, Os8N3), OsSWEET13 (=Xa25, Os12N3), OsSWEET14 (=Xa41(t), Os11N3)로, 이들과 상호작용하는 TALE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왔다(Oliva et al. 2019). 따라서 해당 정보를 활용하여 특정 균계의 TALE 단백질에 반응하는 벼의 감수성 유전자를 CRISPR/Cas9 기술로 편집하는 전략이 흰잎마름병 저항성 획득을 위해 많이 시도되고 있다.
OsSWEET11은 TALE 단백질 PthXo1에 의해 발현이 촉진된다(Yang et al. 2006). PthXo1 보유 균계에 감수성인 Kitaake 품종에서 CRISPR/Cas9을 활용하여 OsSWEET11 유전자를 knockout하면 주요 농업형질(초장, 지엽크기, 수장, 수수, 임실률 등)에 대한 영향 없이 흰잎마름병 저항성이 증진됨이 보고되었다(Kim et al. 2019). 또한 3개의 벼 품종(ZH11, KY131, Huanghuazhan)에서 OsSWEET11 유전자의 프로모터 부위에 149 bp 결실을 유발하였을 때도 임실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흰잎마름병 저항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Li et al. 2020a). 이후 OsSWEET11 프로모터의 핵심 EBE 부위에 2 bp의 결실을 유발하는 것만으로도 흰잎마름병 저항성이 향상됨이 확인되었다(Yu et al. 2021).
OsSWEET13은 TALE 단백질 PthXo2에 의해 발현이 촉진되는데, Zhou et al. (2015)은 인디카 품종 IR24가 PthXo2 보유 균계에 감수성인 반면 Nipponbare, Kitaake, 화영벼를 비롯한 여러 자포니카 품종은 OsSWEET13 프로모터의 EBE 부위에 IR24 대비 1 bp의 결실이 존재하여 저항성을 나타냄을 밝혔다. 또한 Kitaake의 OsSWEET13 유전자를 knockout 시키면 Kitaake를 침해하는 합성 TALE 단백질(dTALEe-13)에 대하여 저항성을 획득할 수 있음을 밝혔다(Zhou et al. 2015).
OsSWEET14는 TALE 단백질 PthXo3, AvrXa7, TalC 및 Tal5에 의해 발현이 촉진된다(Antony et al. 2010, Xu et al. 2019). Zhonghua 11 품종에서 OsSWEET14 유전자를 knockout하면 다양한 아시아 유래 균계에 광범위한 저항성을 획득하고, 원품종 대비 초장이 약간 증가하나 다른 농업형질(줄기직경, 천립중, 임실률 등)에는 영향이 없었다(Zeng et al. 2020a). 또한 향미 품종 Super Basmati와 베트남 우량 품종 TBR225에서도 OsSWEET14 프로모터 부위 편집으로 주요 농업형질 악화 없이 흰잎마름병 저항성이 향상되었다(Zafar et al. 2020, Duy et al. 2021).
단일 SWEET 유전자 편집 사례 외에도 2개 이상의 SWEET 유전자를 동시에 편집하여 다양한 균계에 광범위한 저항성을 획득한 사례도 있다. Xu et al. (2019)은 Kitaake 품종의 OsSWEET11과 OsSWEET14 유전자의 프로모터 EBE 서열을 2개 sgRNA를 활용하여 동시에 편집하여 134개 Xoo 균계 중 122개에 저항성을 보이는 MS14K 계통을 육성하였다. 또한 MS14K의 OsSWEET13 프로모터 EBE 서열을 추가적으로 편집하여 보다 많은 균계에 저항성을 획득한 MS134K 계통도 육성하였고, 원품종 대비 초장이 다소 감소하나 수수와 종실 크기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였다(Xu et al. 2019). 이후 우량 품종인 IR64와 Ciherang-Sub1에서도 동일한 전략으로 3개 SWEET 유전자 동시 편집 계통이 육성되었고, 포장 조건에서 원품종의 주요 농업형질을 유지하면서 흰잎마름병 저항성을 효과적으로 획득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Oliva et al. 2019).
앞서 서술한 연구들은 벼의 감수성 유전자인 SWEET을 NHEJ 방식으로 편집하여 저항성을 획득하는 전략을 사용한 반면, 저항성 유전자를 HDR 방식으로 knockin한 사례는 드물다. Xa23은 야생벼 Oryza rufipogon에서 유래한 흰잎마름병 저항성 유전자로, 대부분의 Xoo 균계가 보유하고 있는 TALE 단백질인 AvrXa23을 인식하여 강력한 hypersensitive response (HR)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억제한다(Wang et al. 2015). HDR 방식으로 감수성 Nipponbare 품종의 xa23 프로모터 부위를 저항성 Xa23 대립유전자의 프로모터로 교체하면 주요 농업형질(초장, 수장, 수수, 수량구성요소 등)에 미치는 영향 없이 흰잎마름병 저항성이 향상됨이 보고되었다(Wei et al. 2021).
Magnaporthe oryzae에 의해 유발되는 도열병은 벼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질병이며 세계적으로 연간 쌀 생산량의 10~30%의 손실을 유발한다(Talbot et al. 2003, Marcel et al. 2010). M. oryzae는 식물체의 세포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여 세포내 및 세포간 공간에서 자라며, 벼의 생육 전반에 걸쳐 잎, 이삭목, 종자 등에 피해를 끼친다(Shim et al. 2012, Jia et al. 2016, Chen et al. 2019).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에 통일형 벼 품종에서 잎도열병과 이삭 도열병이 전국적으로 크게 발생하였고, 1990년대 후반에는 유전적 배경이 유사한 자포니카 품종들이 대면적에 재배되면서 이들에 친화성인 균계가 우점하게 되어 목도열병이 대발생하였다(Lee & Park 1979, Han et al. 2001, Kang et al. 2019, Baek et al. 2021).
병 저항성 메커니즘은 크게 PAMP-triggered immunity (PTI)와 effector-triggered immunity (ETI)로 구분하는데, PTI는 세포막의 pattern recognition receptors (PRR) 단백질이 pathogen-associated molecular patterns (PAMP)를 인식하여 일어나며, ETI는 effector 단백질을 인식하여 저항성 유전자를 발현시킴으로써 면역반응을 일으킨다(Dangl et al. 2013, Zhou et al. 2021). 곰팡이는 기공으로 침투하거나 잎의 표면으로 직접 침투하여 식물체를 감염시키는데, M. oryzae는 특수한 감염세포인 부착기(appressorium)를 형성하고 기계적 힘을 가해 잎의 표피를 파괴하여 체내로 침투한다(Osés-Ruiz et al. 2017). 식물체가 PAMP인 키틴(chitin)을 인식하면 PTI가 활성화되며, M. oryzae는 PTI를 극복하기 위해 세포로 effector를 분비하여 감염을 유발하는데, 이때 저항성 유전자를 보유한 식물체의 경우 effector를 인식함으로써 더욱 강한 면역반응인 ETI를 활성화한다(Yin et al. 2021). 도열병 저항성 유전자는 일부 사례(Pi-d2, pi21, Ptr 등)를 제외하면 대부분 nucleotide-binding domain leucine-rich repeat (NLR) 단백질을 암호화하며, 방어 관련 유전자인 Bsr-d1과 ERF922는 다양한 균계에 광범위 저항성을 부여한다(Zhou et al. 2021).
에틸렌반응인자(ethylene responsive factors, ERF)는 다양한 생물적·비생물적 스트레스에 대한 복합반응에 관여하는데, Kuiku131 품종에서 ERF 전사인자 유전자인 OsERF922를 knockout하면 원품종 대비 주요 농업형질의 변화가 없이 도열병 저항성이 향상되었다(Wang et al. 2016). Pi21은 식물체 방어 반응을 지연시키는 도열병 감수성 유전자로, VP 1636 품종에서 Pi21에 편집을 시도한 결과 농업형질 악화 없이 도열병 저항성이 향상된 사례도 있다(Nawaz et al. 2020). 한편 세포외낭(exocyst) 구성 유전자인 OsSEC3A를 Kitaake 품종에서 knockout하면 도열병 저항성은 향상되나 초장, 수장, 임실률 및 천립중이 크게 감소함이 보고되기도 하였다(Ma et al. 2018).
도열병 저항성 획득에 있어서도 knockout에 비하여 knockin을 활용한 사례는 드문 편이다. Pi-ta는 NBS-LRR 유형의 도열병 저항성 유전자로, 저항성 대립유전자(Pi-ta)와 감수성 대립유전자(pi-ta)는 두 번째 엑손의 918번째 아미노산이 각각 Alanine (Pi-ta), Serine (pi-ta)으로 다르다(Bryan et al. 2000). 도열병 감수성 품종 Nangeng9108과 BL3045의 pi-ta의 첫 번째 인트론에 Pi-ta의 두 번째 엑손을 삽입한 결과 저항성이 개선되었고, 해당 편집이 초장, 분얼수, 출수기, 임실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Xu et al. 2020).
두 가지 이상의 병에 저항성을 부여하기 위해 CRISPR/Cas9 를 활용하여 여러 유전자를 편집한 사례도 있다. Pinzhan 품종에서는 TMS5, Pi21 및 Xa13(OsSWEET11)을 동시에 편집하여 흰잎마름병과 도열병 저항성이 향상된 웅성불임 벼 계통 PinzhanS가 개발되었다(Li et al. 2019). Nipponbare와 Lonke638s 품종에서도 각각 Pi21, Bsr-d1, Xa5 동시 편집 및 Pi21, Bsr-d1, ERF922 동시 편집을 통하여 주요 농업형질 악화 없이 흰잎마름병과 도열병 저항성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하였다(Tao et al. 2021, Zhou et al. 2021). 또한 Ni et al. (2021)의 연구에서는 Guihong1 및 Zhonghua11 품종에서 OsSWEET11, OsSWEET14 과 Xoc (Xanthomonas oryzae pv. oryzicola)의 감수성 유전자인 OsSULTR3;6의 EBE를 편집하여 원품종 대비 초장, 수장, 임실률, 천립중의 변화 없이 흰잎마름병과 세균성잎줄무늬병에 저항성이 향상된 계통이 개발되었다.
단일 유전자 편집을 통해서 복합 내병성을 획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식물이 병원체에 감염되면 체내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이 증가하고, 이는 세포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 PCD)를 일으켜 추가 감염을 막는다(Torres et al. 2006, Mühlenbock et al. 2008, Ruan et al. 2019). Zhonghua11 품종에서 ROS 소거에 관여하는 OsMESL 유전자를 knockout시키면 흰잎마름병, 도열병 및 Rhizoctonia solani에 의한 잎집무늬마름병 저항성이 향상됨이 보고되었다(Hu et al. 2021).
앞서 서술한 세균병(흰잎마름병, 세균성잎줄무늬병)과 곰팡이병(도열병, 잎집무늬마름병)에 비해 CRISPR/Cas9를 활용하여 바이러스병 저항성이 향상된 사례는 드물다. 퉁그로바이러스병(rice tungro disease)은 아열대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심각한 바이러스병으로 남부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연간 쌀 수확량의 5~10% 손실을 야기한다(Dai et al. 2009, Bunawan et al. 2014). 아직 국내에는 퉁그로바이러스병의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기온 상승으로 인한 아열대화로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대응책이 필요한 실정이다(Lee et al. 2019). 퉁그로바이러스병은 RTBV (rice tungro bacilliform virus)와 RTSV (rice tungro spherical virus)에 의해 발생하며 끝동매미충(green leafhopper)을 매개로 전염되고 엽색 변색, 분얼수 감소, 불규칙한 모양의 흑갈색 반점 발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Hibino et al. 1979, Bunawan et al. 2014). 끝동매미충이 RTSV를 흡즙하지 않았다면 RTBV가 식물체에 전염될 수 없게 되며, 따라서 RTSV에 저항성을 갖는 품종은 끝동매미충의 RTBV 보독을 차단하여 퉁그로바이러스병 저항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Lee et al. 2019). RTSV 저항성은 eIF4G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는 열성형질로, eIF4G의 YVV 아미노산 잔기에 영향을 주는 염기서열 변이가 발생하면 RTSV 저항성을 획득할 수 있다(Lee et al. 2010). 이를 이용하여 IR64 품종에서 eIF4G를 편집한 결과 RTSV 저항성이 향상된 다양한 변이 계통이 개발되었다(Macovei et al. 2018).
벼 검은줄오갈병(rice black-streaked dwarf virus)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병 중 하나로 애멸구(small brown planthopper)에 의해 전염된다. 1960년대 발병 이후 2000년대까지 발병이 현저히 줄었으나 최근 중부 및 남부의 벼 재배지에서 발생이 재확인되었다(Lee et al. 2016). Nipponbare 품종에서는 eIF4G의 첫 번째 엑손 편집을 통해 검은줄오갈병 저항성이 향상되며, 원품종에 비하여 이삭길이가 다소 증가하나 초장, 천립중, 분얼수에는 영향이 없음이 확인되었다(Wang et al. 2021). 한편 다양한 eIF4G 편집계통들 중 in-frame 변이 계통들에서는 바이러스 저항성이 확인되는 반면 frame-shift로 인한 knockout 변이는 동형접합으로 유지되지 않음을 고려하면, eIF4G가 벼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Macovei et al. 2018, Wang et al. 2021).
기후위기와 인구증가로 담수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가뭄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Hu et al. 2014). 식물 호르몬 ABA에 의해 조절되는 생리 메커니즘은 가뭄, 염해, 고온, 저온을 비롯한 다양한 비생물적 스트레스에 관여하는데, 내건성의 경우 기공의 개폐와 특히 관련이 깊다(Nambara et al. 2005). 식물이 건조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환경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여 기공을 닫을수록 수분 손실이 적고 내건성이 뛰어나므로, 벼에서도 기공 개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유전자의 교정을 통하여 내건성을 증진시키는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Liao et al. (2019)는 1대 잡종 벼 육종에서 회복친으로 사용되는 품종인 GXU16, GXU20, GXU28로부터 벼 잎의 형태적 발달에 관여하는 두 유전자 SRL1과 SRL2를 knockout하였다. 해당 계통들은 원품종 대비 약한 잎말림(leaf rolling) 표현형을 나타내면서 기공전도도가 감소하였고 가뭄조건에서 등숙률이 보다 우수하였다. 또한 이들을 활용하여 육성한 F1 식물은 잎말림 표현형을 유지하면서도 원품종을 활용하여 육성한 F1 식물에 비하여 전반적인 생육이 우수하였다(Liao et al. 2019). IR-96 품종에서 ABA 인식에 관여하는 OsPYL9유전자를 편집한 계통들 역시 원품종에 비하여 가뭄 조건 하에서 체내 ABA 함량이 높은 반면 기공전도도와 증산속도는 낮았으며 전반적인 생육 및 생산성이 일반 조건과 가뭄 조건에서 모두 원품종 대비 우수하였다(Usman et al. 2020). 한편 Ogata et al. (2020)는 Nipponbare 품종에서 ABA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OsERA1 유전자를 편집하여 내건성이 향상됨을 확인하였다. 편집 계통들은 원품종에 비하여 유묘의 주근(primary root) 길이가 길고 가뭄조건 하에서 기공 폐쇄가 빨리 이루어져 내건성이 향상되었으나, 성체의 농업형질 및 생산성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Ogata et al. 2020).
모암 풍화로 인한 염 방출, 바람과 비에 의해 운반된 해양 염분의 토양 축적, 농경지 개간 및 관개로 인한 근권 염분 집적으로 인해 토양 염 농도가 상승된다(Munns et al. 2008).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건조 지역에서의 지하수 고갈로 농경지 염 농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염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Dasgupta et al. 2015). 벼는 염분에 매우 민감한 작물로, 염해 발생 시 지하부 삼투압 스트레스로 인한 뿌리 활력 저하 및 수분흡수 저해, 지상부의 염 축적으로 인한 급격한 잎 노화 발생과 광합성 저해 등으로 생육과 수량이 감소한다(Munns et al. 2008). 국내에서는 간척지 적응 내염성 벼 품종 개발이 특히 중요하므로 국립식량과학원 산하 계화도출장소를 중심으로 내염성 육종이 이루어져왔다(Baek et al. 2014). 그러나 저항성 유전자원이 대부분 인디카 유래이고 내염성 주동유전자는 드물기 때문에 국내 밥쌀용 자포니카 품종에 내염성을 도입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Baek et al. 2014, Kim et al. 2021).
Wang et al. (2019)는 Kitaake 품종에서 시토키닌(cytokinin) 신호전달의 음성조절자(negative regulator)로 기능하는 type-A response regulator 유전자인 OsRR9과 OsRR10을 knockout하였다. 해당 편집체는 원품종 대비 수당립수가 감소하였으나 다른 농업형질(초장, 수수, 임실률, 천립중)에는 차이가 없었고, 염 스트레스 하에서 / 비율을 낮게 유지하여 유묘기 내염성이 향상되었다(Wang et al. 2019). 이와 유사한 사례로 시토키닌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type-B response regulator 유전자 OsRR22를 자포니카 우량 품종 WPB106에서 knockout 하였을 때도 유묘기 내염성이 향상되었으며, 포장 조건에서 원품종 대비 주요 농업형질(초장, 출수기, 수수, 수당립수, 임실률, 천립중)에 차이가 없음이 보고되었다(Zhang et al. 2019). 단일 유전자 교정을 통하여 내염성과 내건성을 동시에 향상시킨 사례도 있는데, 내재해성에 관여하는 전사인자인 OsDST를 인디카 우량 품종인 MTU1010에서 knockout 한 결과 원품종 대비 잎의 폭과 면적이 넓어진 반면 기공 밀도는 감소하여 내건성이 향상되고 유묘기 내염성도 향상되었다(Santosh Kumar et al. 2020).
벼는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유래한 작물로 생육 전반에 걸쳐 추위에 약하므로 고위도 지방이나 고지대에서 재배하는 경우 특히 냉해에 매우 취약하다. 벼에서 저온은 발아율 감퇴, 유묘 생육 저해, 생식생장기 불임 발생, 생육 후기 등숙 장해 등 시기에 따른 다양한 영향을 미치며, 세포 내 전해질 누출과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함량 증가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생리 기능을 저해한다(Zhang et al. 2014).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극심한 냉해 발생으로 인하여 전년 대비 64% 수준의 대규모 수량 감소가 발생한 사례가 있고, 피해 정도는 낮지만 1993년과 2003년에도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 피해가 발생하였다(Kim et al. 2009). 이에 대응하여 냉수 검정 포장시설을 보유한 국립식량과학원 산하 춘천출장소 및 고지대에 위치한 진부시험지에서 내냉성 벼 품종 개발을 주로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숙기가 빠르면서 내냉성을 보유한 진한(Hyun et al. 2019), 중모1022 (Kim et al. 2020) 등의 품종 및 중간모본이 육성되었다.
OsMYB30 유전자는 벼 내냉성에 관여하는 전사인자로, 저온 하에서 beta-amylase 유전자인 BMY 발현을 억제하여 냉해 감수성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있다(Lv et al. 2017). Zeng et al. (2020b)은 Nipponbare 품종에서 OsMYB30을 knockout하면 유묘기 내냉성이 향상됨을 확인하였고, 기존에 알려진 이삭 길이 관련 유전자인 OsPIN5b와 종자 크기 관련 유전자 GS3를 OsMYB30과 동시에 knockout한 3중 돌연변이에서 내냉성과 함께 주당수수, 수당립수, 천립중을 동시에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한편 단일 유전자 편집으로 내냉성과 함께 내건성, 내염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음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Cui et al. (2020)는 Sasanishiki 품종에서 이종삼량체 G 단백질(heterotrimeric G protein)의 알파 소단위체(Gα) 유전자인 RGA1, 베타 소단위체(Gβ) 유전자 RGB1, 감마 소단위체(Gγ) 유전자 RGG1, RGG2, GS3, GGC2, DEP1를 개별적으로 knockout 하여 농업형질 및 내재해성을 검정하였다. 그 결과 RGA1 편집체와 DEP1 편집체에서 유묘기 내냉성, 내건성, 내염성이 모두 향상되었다(Cui et al. 2020). 농업형질 측면에서 RGA1 편집체는 극단적인 왜성(dwarfism)을 나타낸 반면 DEP1 편집체의 경우 숙기가 단축되면서도 수당립수가 증가하여 육종에의 활용 가능성을 시사하였다(Cui et al. 2020).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아열대 및 열대지역의 폭염 발생 빈도가 급증하여 벼의 생장과 생산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생식생장기의 극단적 고온스트레스는 벼의 생산성을 50% 이상 심각하게 감소시키므로 내열성이 중요한 육종 목표로 주목되고 있다.
최근 벼에서 내열성 quantitative trait locus (QTL)인 TT1~3 (THERMOTOLERANCE 1~3)의 원인 유전자가 규명되었다(Li et al. 2015, Kan et al. 2022, Zhang et al. 2022). 아프리카벼(Oryza glaberrima)의 내열성 주동 QTL인 TT1은 단백질 분해에 관여하는 26S proteasome α2 subunit를 인코딩하며, 과발현을 통해 벼와 애기장대, Festuca elata의 내열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Li et al. 2015). 한편, TT2는 복합 내재해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G protein의 γ subunit을 인코딩한다(Kan et al. 2022). TT2의 기능이 상실되었을 때 왁스 생합성 조절 유전자인 OsWR2 (Wax Synthesis Regulatory 2)의 발현을 억제하는 전사인자인 SCT1 (Sensing Ca2+ Transcription factor 1)의 작용이 약화되어 체내 왁스 함량이 높아져 영양생장기 및 생식생장기 내열성을 증진시키며, 더 나아가 생산성 감소를 동반하지 않으므로 TT2는 육종적 가치가 있는 유망한 유전자로 보고되었다(Kan et al. 2022). 실제 CRISPR/Cas9 기술로 TT2 또는 SCT1/SCT2를 knock-out시키면 중국 인디카 품종인 Huajingxian의 내열성이 증진되었다(Kan et al. 2022).
또 다른 내열성 QTL인 TT3에서는 2개의 유전적 모듈인 TT3.1- TT3.2가 규명되었다(Zhang et al. 2022). TT3.1 단백질은 UQ ligase로 TT3.2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하는데, 고온 자극을 인지하면 세포막에서 엽록체로 고온 스트레스 신호를 전달하는 온도센서로 작용할 것으로 추측된다(Zhang et al. 2022). 한편 TT3.2는 고온에서 엽록체 틸라코이드막의 손상을 유도하는 단백질로, CRISPR/Cas9으로 TT3.2기능을 knock-out시키면 고온에서 벼의 생존율이 크게 높아진다고 보고되었다(Zhang et al. 2022).
이 외에도 Guo et al. (2020)은 벼의 프롤린 대사를 조절하는 유전자인 OsProDH의 편집을 통해서 대사체인 프롤린 함량을 높이고 유묘기 내열성이 증진된 벼를 보고하였다. 또한 Chen et al. (2022c)은 WRKY10 전사인자의 기능을 knock-out시키면 벼의 유묘기 내열성이 증진됨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최근 벼의 고온 반응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분자생리 기작들이 밝혀짐에 따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내열성 작물 육종이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RISPR/Cas9 기반 유전자 교정 기술은 기존의 ZFN이나 TALEN을 활용한 유전자 교정에 비하여 효율성과 용이성이 월등하여 다양한 작물에서 유전자 기능 연구와 육종 분야의 연구에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적, 비생물적 스트레스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발생 양상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현 시점에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전통적 교배육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CRISPR/Cas9 기반 유전자 교정 기술의 적용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 리뷰는 벼에서 CRISPR/Cas9를 활용한 2013~2021년 출간 논문 210편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육종/실용화 분야의 논문을 세분화하였으며, 내병성 및 내재해성 증진 분야의 논문을 추가로 탐색하여 사례분석을 수행하였다. 총 33편의 내병성 및 내재해성 증진 연구논문 중 대다수에 해당하는 31편은 NHEJ에 기반한 목표 유전자 knockout 사례에 해당하였다(Tables 1, 2). 목표 유전자 knockin은 NHEJ를 이용한 도열병 저항성 Pi-ta 대립유전자의 두 번째 엑손을 인트론 부위에 knockin한 사례(Xu et al. 2020)와, HDR을 이용하여 흰잎마름병 저항성 Xa23 대립유전자의 프로모터를 knockin한 사례(Wei et al. 2021)로 총 2편에 불과했다. 식물에서 목표 유전자의 knockin을 통한 유용 유전자 삽입이나 대립유전자 교체가 NHEJ에 기반한 knockout 사례에 비하여 매우 드문 것은 HDR의 낮은 효율 때문으로, 그 원인은 HDR 경로가 세포 주기 중 S기와 G2기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에 주로 일어나고, DSB 발생과 DSB 복구를 위해 투입하는 주형 DNA가 시공간적으로 일치되는 비율이 매우 낮으며, 식물세포의 경우 세포벽의 존재로 인한 주형 DNA 전달이 어렵기 때문이다(Chen et al. 2022a). 최근에는 NHEJ 경로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억제하여 HDR 빈도를 증대시키는 전략, 주형 DNA의 운반효율을 개선한 벡터 개발, Cas12a (=Cpf1)를 비롯한 효율성과 정확성이 뛰어난 대체 핵산분해효소의 발굴 등을 통하여 HDR 효율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Bandyopadhyay et al. 2020, Li et al. 2020b, Chen et al. 2022a). 이에 따라 벼에서도 기존의 엘리트 품종에 열악형질동반(linkage drag) 없이 야생종이나 재래종 유래 유용 대립유전자를 효과적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보다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CRISPR/Cas9 기반 유전자 교정의 또 다른 주요 한계점은 Cas9이 원하지 않는 위치에 결합하여 표적 부위 외의 편집이 일어난다는 것인데, 이러한 off-target 효과로 인해 기대하는 형질 외의 변이가 발생하게 된다(Naeem et al. 2020). Off-target 발생을 낮추기 위하여 유전체 정보 및 생물정보학 기술을 활용하여 sgRNA의 특이성(specificity)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와 편집 정확도가 보다 높은 핵산분해효소(Cas12a 등)의 탐색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DSB를 일으키지 않고 단일 염기를 교체하는 base editing 기술도 off-target 빈도가 낮아 각광받고 있다(Komor et al. 2016, Naeem et al. 2020). 특히 Cytosine base editors (CBEs)와 adenine base editors (ABEs)는 벼에서도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Li et al. 2017, Ren et al. 2018, Li et al. 2020b).
일반적으로 CRISPR/Cas9 기반 유전자 교정은 개선하고자 하는 형질에 관여하는 목표 유전자에 대한 사전 지식을 바탕으로 편집할 유전자를 선정한다. 그러나 기존의 지식에만 의존한 소수의 후보 유전자 편집을 통하여 육종 측면에서 원하는 형질을 실용적으로 충분히 개선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최근에는 특정 작물의 모든 유전자, 또는 특정 유전자군(family) 전체를 CRISPR/Cas9 기술로 편집한 대규모 돌연변이 라이브러리 구축도 진행되고 있다(Bao et al. 2019). 벼에서는 자포니카 품종인 Zhonghua 11을 대상으로 지상부 발현량이 큰 12,802개 유전자에 대하여 25,604개 sgRNA를 디자인하고 유전자 교정을 진행하여 14,000여개의 독립적인 T0 계통으로 이루어진 돌연변이 집단이 구축되었다(Meng et al. 2017). 유사한 접근법으로 벼 표준유전체(MSU7) 상의 34,234개 유전자를 대상으로 88,541개 sgRNA를 이용해 교정을 진행하여 84,000여 계통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집단이 구축되기도 하였다(Lu et al. 2017). 또한 최근에는 벼에서 receptor like kinase (RLK) 군에 속하는 1,072개 유전자에 초점을 두어 이 중 955개 유전자에 대한 돌연변이 집단을 구축하여 유전자 기능 연구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Chen et al. 2022b). 국내에서도 농촌진흥청에서 2020년부터 추진중인 차세대 농작물 신육종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국내 우량 벼 품종 배경의 대규모 유전자 교정 집단이 개발되고 있어 향후 내병성과 내재해성을 비롯한 다양한 형질 개선 및 유전자 기능 연구를 위한 유용 소재로 활용될 전망이다.
최근 세계 여러 국가에서 유전자 교정 작물에 대한 규제 정책이 확립되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와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남미 국가의 경우 최종 생물체에 외래유전자가 없는 경우 유전자 교정 작물을 GMO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Park et al. 2019b). 이에 따라 외래 DNA 삽입 우려가 있는 기존의 Agrobacterium 매개 형질전환을 대신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Gong et al. 2021, Subburaj et al. 2022). CRISPR/Cas9 ribonucleoprotein (RNP) 기술은 외부에서 Cas9 단백질과 gRNA를 미리 조립한 RNP를 원형질체 형질전환(protoplast transformation)이나 입자충격주입(particle bombardment) 등을 이용하여 식물에 전달하는 기술로, 외래 DNA가 관여하지 않는 유전자 교정이므로 GMO 규제를 피할 수 있다(Woo et al. 2015, Gong et al. 2021). 이처럼 CRISPR/Cas9 기반 유전자 교정을 비롯한 새로운 육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작물 개발에 사용된 기술이나 외래 DNA 삽입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의 단순한 GMO 규제 방식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안으로는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를 포괄하는 오믹스 기술에 기반하여 신품종과 기존 품종들의 차이를 분석하고, 이에 따라 안정성 검정 및 규제 방식을 결정하는 보다 체계적인 접근법이 제시된 바 있다(Gould et al. 2022).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 교정 기술을 포함한 생명공학기술 적용 작물에 대한 분류 기준과 규제 정책을 구체화하고 체계화한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한 내병성⋅내재해성 품종을 비롯한 다양한 신작물 개발에 혁신기술이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유전자 교정 기술의 발달로 목표 유전자의 빠르고 정확한 편집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작물에서 유전자 교정을 통한 신품종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3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인 CRISPR/Cas9은 기존의 ZFN 및 TALEN에 비해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아 내병성이나 내재해성을 비롯한 다양한 목표 형질을 개선하는데 있어 전통 육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벼에서 2013~2021년 사이에 게재된 CRISPR/Cas9 분야의 논문 210건을 주제별로 세분화하고 내병성 증진 분야 21편, 내재해성 증진 분야 12편의 연구 논문에 대해 사례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하여 CRISPR/Cas9 기반 유전자 교정이 원품종의 주요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세균병(흰잎마름병, 세균성잎줄무늬병), 곰팡이병(도열병, 잎집무늬마름병), 바이러스병(퉁그로바이러스병, 검은줄오갈병) 등의 다양한 병해와 한해, 염해, 냉해, 열해 등의 환경재해에 대한 저항성을 획득하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CRISPR/Cas9 기반 유전자 교정 기술의 주요 한계로 지적되어온 낮은 상동재조합(HDR) 효율이나 목표 유전자 이외의 부위를 변화시키는 off-target 효과 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전략도 다양화되고 있으므로, 향후 CRISPR/Cas9을 활용한 유전자 기능 연구 및 품종 개발 연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 대비 신작물 개발에 혁신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생명공학 기술 적용 작물에 대한 분류 기준과 규제 정책을 보다 구체화하고 체계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농촌진흥청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세부과제번호: PJ01653504)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이에 감사드립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