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Sorghum bicolor (L.) Moench)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6천2백만톤 생산되는 주요 작물이다(FAO 2020). 수수는 가뭄저항성이 뛰어나고, 낮은 농업노력 투입으로 생산이 가능하여 주로 반건조 지역에서 재배된다. 또한 옥수수와 밀이 자랄 수 없는 척박한 토지에서 재배할 수 있고 사료, 식용, 연료로 활용 가능해 향후 기후변화 대비 적응 작물로 주목 받고 있다(Hancock 2000, Paterson et al. 2009).
수수 종실은 단백질 약 11.3%, 지방 3.4%, 탄수화물 71.8% 섬유질 2.7%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전분함량의 94.4%가 배유에 분포하고 곡물 중 유일하게 배유에 전분 3.8%가 존재한다(Waniska & Rooney 2000). 전분은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상대적인 아밀로펙틴 함량 변화는 단일유전자 Wx으로 조절된다(karper 1933). 메성(WxWx)은 아밀로스 20~ 30%, 아밀로펙틴 70~80%를 함유하고, 찰성(wxwx)의 아밀로스 함량은 적거나 거의 없다. 수수에서는 아밀로스 합성 역할을 하는 전분립합성효소(Granule bound starch synthase)의 함량이 찰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고 있다(Pedersen et al. 2005, 2007). 특히, 주로 아밀로스가 전분의 호화와 같은 품질에 관여하는 열적특성을 결정하고(Jane et al. 1999, Sasaki et al. 2000), 아밀로스/아밀로펙틴 비율이 노화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Hug-Iten et al. 2003). 수수 전분 소화율에 미치는 요인으로는 결정화도, 전분 입자 크기, 전분 손상 정도 및 전분을 결정하는 지질과의 복합체 등이 보고된 바 있고(Tester et al. 2004), 배유특성별 소화율을 비교해보면 찰성이 메성보다 소화율이 높은 편이다.
수수 품종 선택에 있어서 수량성, 재배특성, 기계수확 가능성 등이 고려되는데 그 중 기계수확에 용이하기 위해서는 작은 키와 적절한 이삭 추출이 필요하다(Sleper & Poehlman 2006). 현재까지 국내 수수 육성품종은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된 지역재래 순계분리종 메수수 ‘동안메’와 찰수수 ‘남풍찰’, ‘소담찰’ 이 있으나 이삭추출이 양호한 단간 찰수수 품종육성이 부재하므로 교배육종을 통해 키가 작고, 이삭추출이 양호할 뿐아니라 소화율이 향상된 ‘노을찰’을 육성하였다. 기존의 수수는 식용으로 섭취할 경우 글루텐 불포함, 심혈관질환 감소, 항산화, 항염증 등의 건강기능성 효과가 알려져 있는데(Awika 2004, 2009), ‘노을찰’은 전분 소화율을 높임으로써 영양적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다양한 가공식품의 원료곡으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을찰’의 특성 및 수량검정 시험은 2018부터 2019까지 2년간 5개 지역(밀양, 춘천, 평택, 대구, 청원)에서 지역적응시험을 수행하여 난괴법 3반복으로 배치하여 표준품종인 ‘소담찰’로 비교하였다. 질소, 인산, 가리를 성분량으로 각각 100, 70, 80 kg/ha 시비하고, 퇴비는 10 ton/ha을 전량 기비로 사용하였다. 재식거리는 주간 20 cm, 휴간 60 cm로 1휴 1열로 재식하였다. 파종기는 2018년은 6월 8일, 2019년은 6월 4일에 각각 7일과 9일 육묘한 뒤 1주 1본으로 정식 재배하였다. 간장, 이삭길이 등 생육특성은 각 시험구에서 20주를 조사하였다. 생육 및 수량특성 등 지역적응시험 조사 방법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 연구조사분석기준에 준하여 실시하였고(RDA 2012), 5개 지역에서의 2년간 시험성적의 평균값을 생육 및 수량구성요소의 비교값으로 활용하였다. 종실 성분분석에서 아밀로스 함량은 비색계(Multiskan Spectrum, Thermo Fisher Scientific, Vantaa, Finland)를 활용하여 620 nm에서 측정하였으며(Jeong et al. 2006), 단백질분석은 Dumas 분석법으로 질소분석장치(rapid N, Elementar Analysensysteme GmbH, Germany)를 활용하여 측정하였다. 무기질 중 K, Ca, Mg, Na는 ICP (inductively coupled plasma, Optima-3300DV, Perkin-Elmer, Norwalk, CT, USA)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노을찰’과 표준품종간의 조사 평균값에 대한 유의성 검정은 JMP v.8 (Statistical Discovery, SAS Institute Inc.)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t-test를 실시하였다. 수수 전분의 소화율은 Englyst (1992)의 방법을 약간 변형한 것으로 Digestible and Resistant Starch Assay Kit (Megazyme, Wicklow, Ireland)를 이용하여 실시하였다. 시료 0.5 g에 95%(v/v) 에탄올 0.5 mL을 넣어 시료를 적시고 17.5 mL 말레산 나트륨 완충액을 넣고 shaking water bath (37℃, 170 rpm)에서 5분간 교반하였다. 용액에 2.5 mL Stock PAA/AMG solution을 분산하고 20분, 240분간 반응시킨 후 1 mL 분취액에 50 mM acetic acid solution 20 mL을 넣고 반응을 정지시켰다. 원심분리(13,000 rpm, 5분)한 상등액 0.1 mL에 AMG (100 U/mL) 0.1 mL를 넣고 50℃에서 30분 동안 반응시킨 후 Glucose oxidase/peroxidase reagent와 반응시켰다. 반응용액은 510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해 blank와 비교하여 분석하였다.
전분의 급속소화전분(RDS, rapidly digestible starch), 지연소화전분(SDS, slowly digestible starch), 저항전분(RS, resistant starch) 등의 함량은 Englyst (1992)의 방법을 약간 변형한 것으로 Digestible and Resistant Starch Assay Kit (Megazyme, Wicklow, Ireland)를 시료 0.5 g에 95%(v/v) 에탄올 0.5 mL을 넣어 시료를 적시고 17.5 mL 말레산 나트륨 완충액을 넣고 shaking water bath (37℃, 170 rpm)에서 5분간 교반하였다. 이후 2.5 mL Stock PAA/AMG solution을 분산하고 20분, 120분, 240분간 반응시킨다. RDS 측정을 위해 20분 반응 후 1 mL 분취액을 따낸 후 20 mL의 50 mM acetic acid solution을 분산하여 반응을 정지시키고 원심분리(13,000 rpm, 5분) 하였다. 상등액 0.1 mL에 AMG(100 U/mL) 0.1 mL를 분산시킨 후 50℃에서 30분 동안 반응시킨 다음 Glucose oxidase/peroxidase reagent와 반응시켰다. 반응 용액은 510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해 blank와 비교하여 분석하였다.
전분의 호화특성 분석은 신속점도측정계(RVA Newport, Austrailia)를 사용하여 호화양상을 측정하였다. 함수율을 고려한 전분 시료 3 g을 증류수 25 mL에 분산시켜 RVA cup에 넣고 50°C에서 1분간 유지, 7.5분간 95°C까지 증가, 95°C에서 2.5분간 유지, 7.5분간 50°C로 냉각 순으로 측정하였다. 이를 통해 호화개시온도(pasting temperature), 최고점도(peak viscosity), 50°C로 냉각 후의 최종점도(final viscosity) 및 trough viscosity, breakdown, setback 등의 RVA 특성을 조사하였다.
입도분석은 입도분석기(MasterSizer 3000, Malvern instrument)을 이용하여 물을 분산매로 습식분석을 진행하였다.
‘노을찰’은 기계수확 적합 단간, 찰수수 품종육성을 목표로 흰색 찰수수인 ‘RTx2907’과 단간 찰수수인 ‘소담찰’을 2015년 인공교배여 조합번호 YB122를 부여하였다. ’15/’16년 동계온실에서 F1 개체를 양성하였고 ’16년 F2를 양성 및 선발하였다. F3~F5세대 계통을 전개하여 계통육종법으로 ‘YB122-2B-G(97)-1-G(1)’계통을 선발하였다. ’18년 생산력검정을 수행하여 단간이면서 수형이 우수한 계통을 선발하였고 계통명으로 ‘밀양16호’를 부여하였다. ’18~’19년 2년간 지역적응시험을 통해 평가한 결과, 재배안정성이 높고, 기계수확을 위한 간장, 이삭추출 등이 우수한 것으로 인정되어 2019년 12월 농작물직무육성신품종선정위원회에서 신규등록품종으로 결정하고 ‘노을찰’로 명명하였다(Fig. 1).
‘노을찰’의 고유특성에서 이삭의 형태는 중간형으로 산수형의 이삭을 가지고 있는 표준 품종인 ‘소담찰’과 차이가 있으며 이삭밀도는 성긴편이다. 종피색과 받침껍질색은 각각 밝은갈색과 황색으로 배유특성은 찰성이다(Table 1).
‘노을찰’의 출수일수는 66일로 ‘소담찰’ 보다 2일 늦으며, 이삭길이는 29 cm로 ‘황금찰’보다 3 cm 길다. 간장은 93 cm로 ‘소담찰’ 대비 11 cm 길고, 줄기직경은 22 mm로 3 mm 얇아 간장이 길고 가는 줄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Table 2).
수량 구성 요소에서 이삭중은 66 g, 이삭당 종실중은 41 g, 현곡천립중이 22.9 g으로 ‘소담찰’과 이삭중과 종실중은 비슷한 수준이며, 천립중은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Table 3).
포장조건에서 2년간 병충해를 등숙기와 수확기에 달관 조사한 결과, 조명나방, 노린재, 왕담배나방 피해는 없거나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이삭병해는 ‘1’ 로 평가되어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소담찰’과 차이가 있었다(Table 4).
‘노을찰’ 아밀로스 함량은 3.2%로 ‘소담찰’ 대비 0.2% 낮고, 미네랄 성분 중 칼륨은 208.8 mg/100 g, 칼슘은 12.2 mg/100 g, 마그네슘 125.9 mg/100 g, 나트륨 12.3 mg/100 g으로 ‘소담찰’ 대비 각각 143.9 mg/100 g, 1.1 mg/100 g, 70.1 mg/100 g, 7.9 mg/100 g 낮게 나타났다(Table 5).
수수 전분의 소화율 분석에서 급속소화전분 함량은 ‘노을찰’이 62.36%로 ‘소담찰’의 42.07% 대비 높았으며, 지연소화전분의 함량은 ‘노을찰’이 86.40%로 ‘소담찰’의 85.17%와 비슷한 수준이었다(Table 6). 급속소화전분 함량이 ‘노을찰’이 ‘소담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20.29% 높아 소화가 잘되는 특성을 나타내었고, 소장에서 흡수가 잘 되지않는 전분인 저항전분은 식이섬유와 같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어 대장 환경에 유익한 성분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노을찰’은 13.60%로 14.83%의 ‘소담찰’과 유사한 수준이었다(Englyst et al. 1992, Sajilata et al. 2006).
전분작물의 가공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호화 특성은 전분 함량과 구조(아밀로스/아밀로펙틴 비율, 아밀로펙틴 분자사슬 분포)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Cho et al. 2017). 특히, 아밀로스는 팽윤을 억제하기 때문에(Lee et al. 2017), 아밀로스 함량 차이가 호화개시 온도에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데 두 품종은 아밀로스 함량과 호화 개시온도가 비슷하였다. ‘노을찰’은 ‘소담찰’ 대비 최고점도는 낮고 최저 점도는 다소 높은 특징을 나타내었다. 특히 치반점도는 최종점도와 최저점도 차이를 나타내는 값인데 ‘노을찰’의 치반점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노화 진행 속도가 다소 억제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Table 7)(Oh et al. 2010, Lee et al. 2016, Kim et al. 2017).
수수 분말의 입자 크기 분포는 bimodal 이나 trimodal을 나타내는데, ‘노을찰’과 ‘소담찰’ 모두 bimodal 형태를 띄었다. 두 품종 모두에서 10~30 μm과 150~200 μm 사이에서 가장 큰 분포를 나타내었고, 특히 ‘노을찰’ 은 입자크기가 큰 150~200 μm의 분포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Fig. 2). 입자가 작을수록 수분결합능력이 증가하고, 탄소 등 에너지 저장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수화력과 팽윤력에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Kim& Shin 2009, Tetlow 2011).
2018년에서 2019년까지 2년간 5개지역에서 실시된 지역적응시험 결과 ‘노을찰’의 평균 종실수량은 ha 당 3.71 ton으로 ‘소담찰’ 3.19 ton 대비 16% 높았다(Table 8).
‘노을찰’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재배가 가능하다. 또한, 습해에 약하므로 과습지나 배수가 불량한 논토양에서 재배는 피하는 것이 좋고, 출수 이후 왕담배나방과 노린재에 대한 적절한 방제가 필요하다. 특히 ‘노을찰’은 종피의 탄닌 등 기능성분 함량이 낮고 소화율이 높아 조류방제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밭작물 기계화를 위한 키 작은 수수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단간, 찰성 흰색 찰수수인 ‘RTx2907’과 단간 찰수수 갈색 종피인 ‘소담찰’을 인공교배하여 육성한 ‘노을찰’의 주요 특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노을찰’의 개화기는 66일로 ‘소담찰’에 비해 2일 빠르고, 키는 93 cm로 ‘소담찰’에 대비 11 cm 크지만 기계수확 가능한 단간 품종이다(Fig. 3). ‘노을찰’의 주당이삭수(0.8개), 이삭당 종실중(66 g)은 ‘소담찰’과 유사하며 주당립수는 2,593립으로 많은 편이었다. 이삭의 측면은 나형, 형태는 중간형으로 받침껍질색은 황색, 종실색은 밝은 갈색으로 ‘소담찰’을 포함한 기존에 육성된 품종들과 차이를 나타낸다(Fig. 4). 배유의 아밀로스 함량이 3.2%로 찰수수에 해당하며, 급속소화전분 함량이 ‘소담찰’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실수량은 지역적응시험 평균 3.71 ton/ha로서 ‘소담찰’ 대비 16% 향상되었으며, 특히 직경이 22 mm로 얇고, 이삭목 길이가 9 cm로 이삭추출이 우수하여 기계수확에 적합한 품종이다.
본 논문은 농촌진흥청 시험연구사업(세부과제명: 기계화 및 작부체계 적합 잡곡 품종 육성(2단계), 세부과제번호: PJ01505601)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