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전세계 인구 대부분의 칼로리를 책임지고 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순화를 거쳐 재배되어 왔다(Jena 2010). Oryza 속은 재배종 2종과 야생종 22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2개의 재배종인 O. sativa와 O. glaberrima는 각각 아시아와 서아프리카에 유래되었으며(Megersa et al. 2016), O. sativa는 인디카와 자포니카의 두 가지 주요 아종으로 구분된다(Bian et al. 2020). 자포니카는 온대 및 열대 자포니카의 하위 그룹으로 나뉘며 인디카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한 여러 하위 그룹으로 나눠진다(Ookawa et al. 2022). O. glaberrima는 생존력이 강하여 다양한 생물학적 및 비생물학적 스트레스에 적응하고 보호하는 메커니즘이 발달하였다(Affortit et al. 2022, Prodjinoto et al. 2021). O. glaberrima 품종에는 가뭄, 홍수, 염, 병해충 저항성과 같은 생물학적 및 비생물학적 스트레스에 대한 탁월한 저항성을 보이는 많은 품종이 있다(Wambugu et al. 2021). 하지만 O. glaberrima 품종의 낮은 수량과 높은 탈립성과 같은 열악형질 때문에 세계적으로 재배면적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Montcho et al. 2013).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는 약 90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UN (United Nations)에서 발표한 지속 가능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17개 중에는 기아 난민 해소가 포함되어 있다(Chen et al. 2023).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의 식량난 해결이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Ketu 2023). Africa Rice Center (ARC)에서는 아프리카의 벼 수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제 협력 단체와 협업하여 NERICA (New Rice for Africa) 벼 품종을 육성 하였다(Geja & Maphosa 2023). 벼 육종가들은 아프리카의 극심한 기후 환경에서 수량 향상을 위해 O. sativa와 O. glaberrima의 종간 교배를 통해 NERICA 벼 품종을 육성 하였으며, NERICA 품종은 고지대 생태에 적합하다(Bharamappanavara et al. 2023).
작물 육종에 있어서 농업적으로 중요한 대부분의 형질들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단일 유전자에 의해서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염색체 전체에 골고루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유전자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양적형질이다(Wei et al. 2021). 양적형질은 많은 유전자 간에 일어나는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유전적 또는 환경적인 요인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조절된다(Kato & Horibata 2022). 따라서 작물의 품종에 대한 표현형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재배될 때 현저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Dwiningsih & Alkahtani 2022). 환경변화에 의해 작물의 특성이 변화되는 양상을 유전형과 환경에 대한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하며, 이러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농업 환경에서 적응 가능한 품종을 선발 또는 육성할 수 있다(Kim et al. 2017).
최근 기후변화 및 인구 증가에 따라 수량 향상에 대한 필요성이 끊임없이 요구되고 있으며(Wang et al. 2021), 재배 안정성 강화를 위해서는 병해충 저항성 증진 또는 우량 형질의 도입을 위한 유전자원 확보가 필요하다(Emon & Ahammed 2020). 또한 재배환경이 달라졌음에도 형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품종을 선정 하는 것이 필요하다(Lee et al. 2023).
본 연구에서는 O. sativa와 O. glaberrima를 한국 기상 조건에서 재배하였을 때 농업형질들을 비교하여 특성화 하였다. 또한 O. sativa를 통일형, 인디카, 자포니카로 구분 하였다. 이러한 품종간의 유전적 다양성은 다양한 벼 품종 형질 향상을 위한 육종 재료로 사용 되었지만 우리나라 기상에서 재배하였을 때의 농업적 특성 변화에 대해서는 거의 조사되지 않았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통계분석을 통해 O. sativa와 O. glaberrima의 품종 간 우리나라 환경에 대한 효과를 구명 하였으며, 이와 같은 결과는 재배환경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품종 선발과 육종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의 시험재료로 O. sativa 45계통과 O. glaberrima 28계통을 사용하였으며, Africa Rice Center로부터 종자를 분양 받아 사용하였다. O. sativa 45계통 중에는 통일형인 ‘통일’, ‘밀양23호’, ‘태백’과 인디카인 ‘IR64’와 ‘IR72’, 그리고 우리나라 대표 품종인 자포니카 생태형의 ‘삼광’과 ‘신동진’이 포함 되었다. 나머지 수집자원들에 대해서는 Table 1에 모두 제시하였으며, 이들 수집자원은 O. sativa와 O. glaberrima로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만, 생태형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 시험재료는 2023년 4월 30일에 파종하였으며, 5월 30일에 재식거리 30×15 cm로 주당 1본씩 3반복으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의 벼 시험 포장(위도 35.84064, 경도 127.0453, 해발 20 m)에 이앙하여 보통기 재배 하였다. 포장 시비량은 N-P2O5-K2O를 90-45-57 kg/ha로 하였다. 질소는 기비:분얼비:수비를 50:20:30의 비율로 분시 하였으며, 인산은 전량을 기비로 하였고, 칼륨은 기비:수비를 70:30의 비율로 분시 하였다. 기타 재배 관리는 모두 농촌진흥청에서 제시하고 있는 표준 재배법에 준하여 실시하였다(Park et al. 2024).
보통기재배로 O. sativa와 O. glaberrima를 재배하는 동안의 한국의 기상 조건을 조사하기 위해 기상청에 공시되어 있는 개방포털사이트(https://data.kma.go.kr)를 이용하여 국립식량과학원이 위치하고 있는 전북 전주 지역(위도 35.84092, 경도 127.11718, 해발 20 m)의 기상 자료를 활용 하였다. 본 연구를 위한 기상 자료는 시험 재료를 파종한 시점인 2023년 4월 30일부터 시작하여 시험재료중 출수기가 가장 늦은 계통이 출수 후 40일이 되었을 때까지 조사하였다. 조사 기간 동안의 일별 평균 기온과 최고온도, 그리고 일조시간을 모두 합친 정보를 2023년에 수집 하였으며, 수집된 정보들의 평균값을 이용하여 분석 하였다. 보통기 재배로 시험하는 동안 파종일부터 출수기까지 소요된 기간을 생장기간 또는 출수일수로 구분 하였으며, 출수 이후의 30일 까지의 기간을 등숙기간으로 구분 하였다.
포장에 공시되어 있는 시험재료들에 대한 출수기를 조사하였다. 출수 이후 30일이 경과하여 성숙기가 되었을 때 포장에서 무작위로 각 계통에서 10개체를 선정하여 간장, 수장, 수수를 조사하였다. 또한 농업형질 조사 후 3주를 예취하여 등숙률과 수당립수를 조사하였으며, 30주를 예취하여 수량을 측정하였다. 입형과 관련된 형질을 조사하기 위해 정조의 길이, 너비, 두께를 버니어캘리퍼스(Caliper CD-15CP, Mitutoyo Co., Kawasaki, Japan)를 이용하여 5립씩 조사하였다. 천립중을 계산하기 위하여 무작위로 선발된 정조 500립에 대한 무게를 3반복으로 측정하여 평균값을 계산하였으며, 계산된 값에 2를 곱하였다.
R (Version 4.0.2, The R Foundation for Statistical Computing Platform)을 이용하여 시험재료들에 대한 형질 조사값들의 통계분석을 수행 하였다. 조사된 형질들에 대한 평균 등 기술통계, t-test를 이용한 형질 값들의 비교 분석, 분산분석과 Duncan’s Multiple Range Test (DMRT)를 이용한 각각의 품종간 형질 값의 평균간 비교는 agricolae 패키지를 적용하였다. O. glaberrima와 O. sativa의 각 형질들에 대한 히스토그램은 ggplot2, ggpubr, cowplot을 이용하여 작성하였으며, ggplot2와 ggsignif 패키지를 적용하여 boxplot을 작성하였다. 조사된 형질들의 상관관계 분석은 corrplot 패키지를 적용하였으며, 각 형질들이 수량에 관여하는 기여도를 분석하기 위해 lavaan, semPlot, OpenMx, tidyverse, knitr, kableExtra, GGally 패키지를 적용하여 경로계수분석을 수행하였다. 경로분석은 각 변수들의 인과 관계를 이해하고 모델링을 하는 분석 방법이며, 여러 변수들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각 변수가 서로 다른 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통계분석 방법이다. 각 변수들을 이용하여 이론적 모델을 설정하고 경로도를 작성 한다. 이후 R에서 제시하는 패키지를 적용하여 통계 모델링 및 모델 적합도를 검정한다. 분석된 경로계수는 각 변수들간의 인과 관계의 강도와 방향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기상 조건에서 O. sativa와 O. glaberrima를 재배하였을 때 수량 및 낟알 특성을 각각 분석하기 위해 보통기 재배 하였으며, 재배시기에 따른 기상환경은 Fig. 1에 제시 하였다. 시험 재료들을 보통기 재배 하였을 때 출수기는 파종 후 77-132일(O. sativa 77-131일, O. glaberrima 84-132일) 사이였다. 우리나라의 기상 조건에서는 조기, 보통기, 만기재배 순서로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앙 시기가 늦춰질수록 등숙기에 고온 피해가 발생하여 미질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Yang et al. 2023). 또한 벼의 출수 기간을 조절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온도와 일장으로 알려져 있다(Song et al. 2012). 우리나라에서는 재배시기가 늦어질수록 출수하기 전의 생육 동안 일 평균 기온이 높아지며, 이에 따라 기본영양생장성과 감온성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아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출수 일수가 줄어들게 된다(Choi et al. 2006). 시험재료들의 출수기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된 것은 O. sativa와 O. glaberrima 모두 O. 속에서 유래된 재배종이며, 동일한 우리나라 기상조건에서 재배되었기 때문인것으로 판단 되었다.
우리나라 기상 조건에서 O. sativa와 O. glaberrima를 재배 했을 때 수량 관련 형질인 출수기, 간장, 수장, 수수, 수당립수, 등숙률, 정조 천립중, 수량을 조사하였다(Fig. 2). 수량 관련 형질들은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평균을 중심으로 연속적인 정규 분포를 나타냈다. 만약 쌍봉형과 같은 분포가 나타났을 경우에는 하나의 주동 QTL에 의해 형질이 조절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본 연구에서 조사된 형질들은 연속 분포하여 여러 유전자가 형질 발현에 영향을 주고 있는 양적 형질임을 의미하며, 이러한 경우 조사된 형질들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Walsh 2002). O. sativa와 O. glaberrima의 입형 관련 형질인 정조 길이, 정조 너비, 정조 두께를 조사 하였다. O. sativa와 O. glaberrima의 입형 관련 형질들도 모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연속변이 형태를 하였으며, 환경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양적형질유전자좌에 의해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 되었다(Xu et al. 2020).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조사된 O. sativa와 O. glaberrima의 농업형질값에 대한 평균을 비교하였을 때 수장과 수수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수장은 아프리카 벼가 긴 것으로 조사 되었으며, 수수는 O. sativa에서 더 많은 것으로 조사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조사된 형질에서는 O. sativa와 O. glaberrima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 없이 비슷한 수준인것으로 조사 되었다.
시험재료들의 한국 기상 조건에서 재배 하였을 때의 수량 및 낟알 특성 관련 형질들의 특성 조사값을 Table 1에 제시하였으며, 모든 특성에서 다양한 표현형의 변이가 조사 되었다. O. sativa와 O. glaberrima의 우리나라 기상 조건에서 재배 했을 때의 농업 특성의 변이정도를 비교하기 위해 변이계수를 계산 하였다(Table 2). O. sativa는 수수(변이계수 17.13%), 수당립수(25.86%), 등숙률(15.18%), 수량(26.19%)이 변이가 많았으며, 출수기(10.04%), 간장(10.86%), 수장(14.92%), 정조천립중(11.22%), 정조길이(11.64%), 정조너비(13.49%), 정조두께(5.48%)는 변이가 보통이었다. O. glaberrima는 수수(변이계수 24.78%), 수당립수(25.67%), 수량(45.80%)이 변이가 많았으며, 출수기(13.41%), 간장(9.97%), 수장(14.09%), 등숙률(14.22%), 정조천립중(12.06%), 정조길이(6.15%), 정조너비(8.84%), 정조두께(5.53%)는 변이가 보통이었다. 한국기상환경에서 O. sativa와 O. glaberrima를 재배 하였을 때 조사된 특성들의 변이는 비슷하게 조사 되었지만 등숙률에 대한 변이는 O. glaberrima (변이계수 14.22%)보다 O. sativa (15.18%)에서 변이정도가 크게 조사되었다. O. sativa와 O. glaberrima 모두 수량(변이계수 O. sativa 26.19%, O. glaberrima 45.80%)과 수당립수(25.86%, 25.67%)에서 가장 높은 변이계수가 조사 되었고, 정조두께(변이계수 O. sativa 5.48%, O. glaberrima 5.53%)가 공통적으로 변이정도가 가장 낮게 조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육종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유전자원들의 배경은 매우 협소하며, 유전적 다양성 확대를 위해 다양한 지역의 벼 유전자원들이 확보되고 있는 추세이다(Park et al. 2017;Park et al. 2022).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나라 기상 조건에서 아프리카 벼 농업형질에 대한 분석이 검토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재배환경의 변화에 의해 수량과 관련된 특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 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기상 조건에서 농업형질들을 조사 하였을 때 나타나는 변이정도와 특성값을 제시하였으며, 유전자원의 다양화를 위해 O. glaberrima를 육종 재료로 사용할 때 변이정도가 높은 수당립수를 제외한 형질은 우리나라 기상 조건에서도 변이정도가 낮아 육종 형질로 적합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정조두께는 우리나라 기후에서 O. sativa와 O. glaberrima 모두에서 변이정도가 낮은 수준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벼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벼의 형질 개선을 위한 육종 재료로 활용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량 및 낟알과 관련되어 있는 형질에 대한 관련성을 조사하기 위해 상관분석을 하였다(Fig. 3, Table 3). O. sativa와 O. glaberrima의 형질들에 대해 정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형질들은 출수기와 간장(상관계수 O. sativa 0.54, O. glaberrima 0.36), 수장(0.48, 0.04), 수수(0.26, 0.68), 수당립수(0.54, 0.48), 수량(0.01, 0.61), 정조길이(0.38, 0.12) 이었다. 부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주요 형질은 출수기와 등숙률(상관계수 O. sativa -0.47, O. glaberrima -0.47), 정조 천립중(-0.01, -0.22), 정조너비(-0.38, -0.48), 정조폭(-0.06, -0.18) 이었다. 진행된 연구마다 수량을 구성하는 형질들 간의 상관관계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 이유는 시험 연구에 사용된 재료, 재배연도, 재배시기 및 재배방법과 같은 다양한 환경적인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각 형질들간에 상호작용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것으로 사료된다(Dixit et al. 2015). 또한 수량을 구성하는 양적형질인 농업 형질들의 작용은 서로 상호 의존적인 특성을 나타내며(Ashfaq et al. 2012), 수량 향상을 목표로 육종을 할 경우 이러한 농업형질들 간의 최적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Fig. 3은 O. sativa와 O. glaberrima의 한국 기상 조건에서 재배했을 때의 농업형질을 이용한 계층적 군집분석의 결과물인 덴드로그램을 나타내고 있으며, 각각의 시험재료들에서 조사된 농업형질들 사이의 관계와 유사성을 적용하여 시각적으로 제시하였다. 계층적 군집분석에서도 O. sativa와 O. glaberrima는 혼재되어 있는 양상의 덴드로그램이 생성되었는데, 이것은 서로 다른 종이더라도 한국 기상 조건에서 농업형질의 발현이 비슷한 수준으로 발현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O. sativa의 생태형인 통일형, 인디카, 자포니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하나의 큰 그룹으로 동일하게 그룹화 되었으며, O. glaberrima와도 혼재되어 있는 양상이었다(Fig. 3). Group A와 Group B에 속한 시험재료들의 평균을 분석 하였을 때 Group A는 Group B보다 출수기는 느렸지만 수장이 더 길었으며 더 많은 수수를 가졌고, 수량도 더 많은 것으로 조사 되었다. 그리고 간장, 수당립수, 등숙률, 천립중, 정조길이, 정조너비, 정조두께에서는 두 그룹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 없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 되었다. 수량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농업형질에는 수수, 수당립수, 등숙률, 천립중이 있지만 이들 요소 중에서도 수량을 증가하는 방향으로 육종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요소들도 중요 하지만 수수를 증가 시키는 것이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계층적 클러스터링 결과가 주성분분석의 스코어 플롯으로 제시된 Fig. 4와 다소 다르게 군집화되었는데 이것은 각각의 분석 방법이 데이터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각 통계 분석방법마다 사용된 계산 방법에서 차이가 있으며, 통계분석에 사용된 농업형질들의 변이가 큰 것도 서로 다른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주성분 분석에 의한 군집화는 조사된 데이터 들의 최대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계층적 클러스터링 분석은 시험재료 각각의 조사값 사이의 유사성 또는 비유사성에 기반하여 군집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군집분석에서 O. sativa와 O. glaberrima는 서로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그리고 통일형과 인디카, 우리나라 대표 품종인 신동진과 삼광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그룹화되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였다. 서로 다른 생태형을 가지더라도 동일한 환경에서 재배되었기 때문에 형질들의 발현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 것으로 판단 되었다. PCA와 계층적 군집분석 모두에서 조사된 시험재료들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혼재되어 있으며 비교적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주성분분석을 통해 환경과 시험재료들의 유전자형에 따른 상호작용의 정도와 구조적인 관계를 파악하였다(Fig. 4). 주성분분석은 고차원의 데이터를 의미 있는 패턴과 구조를 추출하여 집단을 분석하는데 사용되는 차원 축소 분석 방법이다. Fig. 4에서 제시하고 있는 score plot은 고차원적인 농업형질 조사 값들로부터 변환된 PC 중에서 최대 분산을 나타내는 주성분(PC) 1과 주성분(PC) 2를 적용하여 시험재료들에 대한 2차원적인 시각화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PC1과 PC2를 통해 전체 형질 변이의 53.49% (PC1 34.07%, PC2 19.42)를 설명 할 수 있었다(Fig. 4A). PC1을 기준으로 간장, 수장, 정조길이, 수수, 출수기, 수량, 수당립수가 같은 방향성을 나타냈으며, 천립중, 정조너비, 정조두께, 등숙률과는 서로 다른 방향성을 나타냈다. 분석된 PCA 값을 이용하여 그룹화 분석 하였을 때 시험재료들은 2개의 그룹으로 나뉘었지만, O. sativa와 O. glaberrima가 완벽하게 구분되지 않고 대부분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 되었다(Figs. 4B, 4C). O. sativa만 속한 그룹에는 19 (KAFA 23051), 37 (KAFA 23072), 39 (KAFA 23074), 42 (KAFA 23078)가 포함되었으며, O. glaberrima만 속한 그룹에는 59 (KAFA 23019), 67 (KAFA 23027), 68 (KAFA 23028), 72 (KAFA 23032)가 포함되었으며, 이들 그룹은 각각 서로 완벽하게 구분된 곳에서 그룹화되었다. O. sativa만 속한 그룹의 시험 재료들은 O. glaberrima만 포함된 그룹의 시험 재료들 보다 출수기는 느리고, 간장과 수장길이는 짧았으며, 수수가 더 많고, 등숙률이 높았으며, 수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 되었다. 하지만 두 그룹에서 정조너비의 차이는 없었다. 이는 아시아벼와 아프리카벼를 한국 기상 조건에서 재배했을 때 농업 형질이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 되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시험재료를 조금 더 세분화 하여 O. sativa를 통일형(통일, 밀양23호, 태백), 자포니카(신동진, 삼광), 인디카(IR64, IR72)로 나누어 분석을 하였는데, 이들도 모두 동일한 그룹속에 혼재되어 있었다. 주성분 분석 결과 시험재료들은 O. glaberrima와 O. sativa가 완벽하게 구분되는 독립적인 군집을 형성 하지 못했고, O. sativa 내에서도 통일형, 인디카, 자포니카가 모두 혼재되어 있었는데, 이것 역시 시험 재료들이 오랜 기간 동안 재배 벼로 육종과정을 거치면서 유전적 배경이 비슷한 수준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종이 다르더라도 동일한 환경에서 재배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이라도 재배되는 곳의 환경적인 요건이 농업 형질의 발현에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로계수분석은 조사된 형질들 간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각 형질들이 최종산물에 미치는 기여도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경로분석은 분석에 사용된 변수들 간의 관계를 구조화 시켜주고, 구조화된 각 변수들의 관계를 상관행렬계수로 검증해주는 통계분석방법이다. 따라서 경로분석을 통해 각 변수들의 인과관계를 추론 할 수 있다. 천립중을 구성하고 있는 입형 관련 형질인 정조 길이, 너비, 두께를 이용하여 경로계수 분석한 결과 O. sativa의 천립중에는 두께(경로계수 0.29)보다 길이(1.16)와 너비(1.07)가 기여하는바가 컸으며, O. glaberrima의 천립중에는 두께(경로계수 0.66), 길이(0.41), 너비(0.29) 순으로 기여하는 정도가 높았다(Fig. 5). 아시아 벼에서는 정조 두께보다 너비와 길이가 천립중에 기여하는 정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컸지만, O. glaberrima에서는 길이와 두께가 천립중에 기여하는 정도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한 벼 수량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수량 구성 요소인 수수, 수당립수, 천립중, 등숙률의 수량에 대한 기여도를 분석하기 위한 경로계수 분석을 수행 하였다. O. sativa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수당립수(표준화 회귀계수 0.56), 수수(0.46), 등숙률(0.34), 천립중(0.15) 순서로 수량에 대한 기여도를 설명 할 수 있었으며, O. glaberrima는 수당립수(표준화 회귀계수 0.69), 수수(0.26), 등숙률(0.26), 천립중(0.18) 순서로 설명 가능했다. O. sativa와 O. glaberrima를 한국 기상 조건에서 보통기 재배 하였을 때 수량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기여도를 분석 하였을 때 각 형질들의 기여도 수치는 차이가 있었지만 기여도 순서는 수당립수(표준화 회귀계수 O. sativa 0.56, O. glaberrima 0.69), 수수(0.46, 0.26), 등숙률(0.34, 0.26), 천립중(0.15, 0.18)으로 동일 하였다. 하지만 기여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으며, O. sativa는 수당립수(표준화 회귀계수 0.56), 수수(0.46), 등숙률(0.34)이 비슷한 수준으로 수량에 기여하였다. O. glaberrima도 수당립수(표준화 회귀계수 0.69), 수수(0.26), 등숙률(0.26), 천립중(0.18) 순서로 수량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게 작용하였다. 하지만 수당립수(표준화 회귀계수 0.69)의 기여도가 가장 컸으며, 이후 수수(0.26), 등숙률(0.26), 천립중(0.18)이 따랐지만 수당립수의 기여도와는 확연하게 높은 수준으로 수량에 기여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수수와 수당립수가 모두 수량 분석에서 정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하지만 드래찬/보람찬 약배양 계통에서의 수량 형질 분석(Park et al. 2015), 조생종 품종에 대한 재배 시기별 수량 형질 분석(Park et al. 2023)에서는 모두 수수와 수당립수가 수량 구성에서 모두 부의 상관관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각각의 연구마다 시험재료, 재배시기 및 재배환경이 달라 수량 기여도를 결정하는 경로계수의 순위가 변동된 것으로 판단된다. 벼에서 수량은 다양한 형질들이 작용하는 양적형질이고, 이들은 모두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량 향상을 위한 육종을 할 때는 수량 구성요소들과 환경의 영향을 파악하고 최적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사료된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인구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O. glaberrima의 재배안정성 강화를 위한 유용 형질과 O. sativa의 우수한 품질과 수량을 모두 이용하기 위해 O. glaberrima와 O. sativa 사이의 종간 교배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프리카 벼의 농업적 특성 분석에 관련된 연구가 미비한 실정이며, 본 연구는 우리나라 기상 조건에서 O. sativa와 O. glaberrima를 재배하여 유전자원들의 수량 관련 형질 특성에 관한 이해를 위해 수행 되었다. 수량 관련 농업형질을 조사하였을 때 O. sativa와 O. glaberrima는 수수를 제외한 형질에서는 모두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O. sativa를 생태형에 따라 통일형, 자포니카, 인디카로 구분하여 조사하였을 때는 간장 길이를 제외한 수량 및 낟알 특성과 관련된 형질들이 서로 차이는 있었다. 하지만 주성분분석을 통해 클러스터링하였을 때 O. sativa와 O. glaberrima는 동일한 그룹에 속했으며, O. sativa와 O. glaberrima가 서로 극명하게 분리된 농업형질은 출수기, 간장, 수장, 수수, 등숙률, 정조천립중, 수량, 정조길이에 의해 구분되었다. 서로 구분된 그룹에 속해있는 O. sativa에서 출수기는 더 느렸으며, 수수와 수량은 O. glaberrima 그룹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사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벼를 이용한 육종을 할 때는 수수가 감소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육종 재료를 선발해야 할 것이며, O. sativa에서 육종 재료를 선발할 경우에는 통일형, 자포니카, 인디카가 우리나라 기상 환경에서는 매우 다양하게 표현형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목적에 알맞게 육종 재료를 선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O. sativa와 O. glaberrima를 오직 한국의 기상 조건에서만 재배하여 농업형질을 비교 분석 하였기 때문에, 추후의 연구를 통해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동일한 시험재료로 재배하여 농업형질들을 비교 분석한다면 환경적인 영향을 적게 받는 유전자원을 선발하여 육종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O. glaberrima의 수량 향상을 위해서 O. sativa의 수수를 이용한다면 O. glaberrima 수량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아프리카 지역의 식량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연구사업[남부지역 적응 밥쌀용 재배안정성 벼 품종개발(3단계), 과제번호: PJ016067052024]과 국립식량과학원 전문연구원 과정 지원사업에 의해 수행된 결과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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