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Lilium spp.)는 백합속(Lilium) 백합과(Lilasease)에 속하는 다년생 구근 식물로 전 세계적으로 북반구의 온대지역에 약 130여 종 이상이 분포하고 있다. 나리는 Comber (1949)에 의해 잎의 배열과 꽃의 형태 등 15가지 형태학적 특성 기준을 고려하여 Martagon Rchb., Pseudolirium Wilson, Liriotypus Asch. & Graebn., Archelirion Baker, Sinomartagon H. F. Comber, Leucolirion Wilson, Daurolirion H. F. Comber로 이루어진 7가지의 그룹으로 분류되었다. 상업적으로 주로 유통되는 품종의 그룹은 Sinomartagon H. F. Comber(아시아틱 나리), Archelirion Baker (오리엔탈 나리) Leucolirion Wilson (트럼펫 나리)가 있다(Song et al. 2017). 특히, 아시아틱 나리는 아시아 지역에서 자생하는 참나리, 날개하늘나리 등이 포함되며 대체로 향이 거의 없고 다양하며 화려한 화색을 가지고 있다(Lily cultivation 2003). 이들 대부분은 초여름에 개화하며 다른 나리 종류보다 개화가 빠르고 내한성이 강하여 절화, 분화용뿐만 아니라 정원용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나리는 원예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이용된다. 구근은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되며 꽃은 음식의 장식, 줄기는 부드러울 때 채소처럼 식용한다. 본초학 등 전통의학에서는 구근을 기침 완화, 신경쇠약 및 진통 등의 치료에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약 이용을 위한 표준화 공정이 대한민국약전(PK)에 고시되어 있다. 그외에도 중화인민공화국약전(ChP), 대만중약전(THP), 일본약국방(JP)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문공화국 약전(DPRKKP)에는 복용량을 6~12 g/일로 제시되어 있다(Korea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 2024). 또한, 현재 구근 및 줄기 부위는 분말이나 캡슐화를 통해 식품 및 건강기능성원료로 꽃은 오일, 화장품 원료로 이용되고 있다. 과학적으로 나리 구근은 자외선 차단, 항암, 항산화 등 기능성 연구(Araujo et al. 2022, Faria-silva et al. 2022, Zakerin et al. 2016)와 꽃은 항산화 및 항염증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Kaushik et al. 2022).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꽃가루가 없는 나리 품종 개발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시장에도 유통되고 있다(Moriyama et al. 2022). 나리는 꽃가루가 많은 화훼 중에 하나로 꽃꽂이 등 관상 이용 시 꽃잎이나 옷 등을 오염시킬 수 있어 꽃가루가 없는(pollen-free) 품종은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므로 시장성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나리 꽃가루에는 알레르기 유발 항원과 관련된 LoProfiln과 LoPolcalcin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Feng et al. 2019)되어 꽃가루 없는 품종 개발은 알레르기 반응을 줄일 수 있는 잠재적인 이점이 있다. 꽃가루 발달은 DYSFUNCTIONAL TAPETUM1 (DYT1) (Zhang et al. 2006), ABORTED MICROSPORES (AMS) (Sorensen et al. 2003), DEFECTIVE in TAPETAL DEVELOPMENT and FUNCTION1 (TDF1) (Zhu et al. 2008), MS188 (Zhang et al. 2007), MALE STERILITY1 (MS1) (Ito et al. 2007)로 5개 transcription factors (TFs)의 네트워크에 의해 조절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감마선 처리를 통해 개발된 웅성 불임 나팔 나리는 TDF1 유전자에 의해 꽃가루 발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Moriyama et al. 2022).
본 연구에서는 웅성 불임으로 절화 및 경관 등 원예적 이용이 우수하고 항산화 활성이 있는 아시아틱 나리 ‘Red Velvet’ 품종을 개발하였다. 국내 육성된 ‘Red Velvet’품종에 대한 원예학적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여 화훼이용뿐만 아니라 항산화 활성 검정으로 기능성 소재 활용하고자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아시아틱 나리 신품종을 육성하기 위하여 1991년부터 국외유전자원을 도입하였다. 도입된 자원은 비닐하우스에 정식 및 재배하였으며 농촌진흥청 농업시험사업연구조사기준(RDA 2012)에 따라 생육 및 개화 특성, 초세, 절화수량 등 원예학적 특성을 조사하였다. 2003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각각 모본과 부본으로 주두교배법을 이용하여 인공 교배하였다. 채종한 종자는 선발하우스에 파종 후, 무가온 하우스에서 자연 저온 처리하였다. 50% 개화 후 화색, 초장 등의 생육조사 및 개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수계통을 선발하고 균일성을 조사하였다. 구근 수확은 11월에 실시하였으며 구수, 구주, 자구수 등을 조사 한 후 살균제와 살충제를 이용하여 소독하여 재정식하였다. 개화, 구근 조사등을 통해 선발된 우수 계통 ‘A5-70’을 ‘원교 C1-123호’로 계통명을 부여하였고 3차 특성검정은 농촌진흥청 농업시험사업연구조사기준(RDA 2012)과 신품종의 출원 및 심사를 위한 나리 품종특성조사기준(KSVS 2011)에 따라 육성계통인 ‘원교 C1-123호’와 대조품종인 ‘Brunello’를 조사하였다(Table 1). 개화특성에서 화색은 Color chart (Royal Horticulture Society, Fifth edition)를 이용하였으며, 기호도 조사는 화색, 화형 등 재배농가 및 소비자를 대상으로 평가받았다. 3차 특성검정 및 기호도 평가 후 2015년 농촌진흥청 직무육성품종심의회를 거쳐 ‘Red Velvet’으로 명명하였고 2016년 국립종자원에 출원(2016-28)하였으며 2017년 품종등록(제 6516호)이 되었다.
유효성함량과 항산화 활성 실험에 사용된 ‘Red Velvet’와 ‘Brunello’는 시료는 2021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재배하여 전초를 동결 건조하여 분말화하였다. 건조된 시료 100 g을 70% 에탄올에 침지하여 실온에서 24시간 동안 추출하였다(시료/용매 비율, 1:10). 여과 후, 추출물을 vacuum evaporator (Ratavapor R-121, Buchi, Switzerland)를 이용하여 감압진공농축과 동결 건조시킨 후 -80℃에 저장하여 실험에 사용하였다.
총 페놀 함량은 Folin-Dennis법에 의해 측정하였다(Folin et al. 1912). 각 추출물(3 mg/mL) 500 μL 추출물(100 μg/mL)을 2 N Folin-Ciocalteu 시약 50 μL와 3 분간 혼합하였고 20% sodium carbonate anhydrous 용액 100 μL를 넣고 1시간 동안 상온에서 반응시켰다. 흡광도는 multi-plate reader (Biotek, Vermont, USA)를 사용하여 725 nm에서 측정하였으며 기준물질로는 gallic acid (GA, Sigma-Aldrich, USA)을 사용하였고, gallic acid로 작성한 표준 곡선으로부터 함량을 구하였다.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각 추출물 (100 μg/mL) 150 μL에 10% aluminum chloride과 1M potassium acetate를 각각 10 μL씩 넣은 후 증류수 280 μL와 혼합 하였다. 혼합물은 실온에서 30분 동안 유지시킨 후 multi-plate reader를 사용하여 415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하였다. 기준물질로는 (+)-catechin (GAE, Sigma-Aldrich, St. Louis, MO, USA) 을 사용하였고, 기준물질로 작성한 표준 곡선으로 함량을 구하였다.
ABTS+ radical scavenging 측정하기 위하여 7 mM ABTS tablet (Sigma-Aldrich, St. Louis, MO, USA)을 용해시킨 후 2.45 mM potassium peroxodisulfate (Sigma-Aldrich, St. Louis, MO, USA) 와 1:1 비율로 혼합시켜 16시간 상온에 반응시켜서 사용하였다. 에탄올에 녹인 시료 20 μL와 ABTS 용액 180 μL를 섞어 실온으로 암실에서 30분간 반응시켰다. 흡광도는 734 nm에서 multi-plate reader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DPPH free radical scavenging 측정하기 위해 DPPH를 0.2 mM DPPH 용액을 제조 하였다. 에탄올에 녹인 시료 50 μL와 0.2 mM DPPH 용액 200 μL를 섞어 암실에서 30분간 유지시킨 후 517 nm에서 multi-plate reader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ABTS+ 와 DPPH 라디칼 소거능의 비율은 다음과 같이 계산한 후, 라디칼을 50% 저해하는 농도 값인 IC50값을 사용하여 나타내었다.
% inhibition=[control-sample]/control
통계 분석은 SPSS 통계프로그램(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 Ver. 12.0, SPSS Inc., Chicago, IL, USA)을 사용하여 사후검증을 실시하였다. 평균(mean)±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SD)로 표기하였다. 각 처리군 간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산출하여 Duncan’s multiple range test로 유의성을 검정(p<0.05)하였다.
적색과 주황색의 복색 아시아틱 나리를 개발하기 위하여 2003년 진한 적색에 초장 신장성이 우수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계통의 꽃잎이 적색이고 내부반점이 있는 ‘A3-22’와 꽃잎 끝은 주황색이고 내부는 노랑색으로 반점이 있는 ‘Cancun’을 모본과 부본으로 인공 교배하였다(Table 1). 2003년 교배에 의해 얻은 종자를 파종하여 실생 개체를 구근 양성하였고 2005년 6월 화색, 화형 등이 우수한 ‘A5-70’을 선발하였다. 선발된 계통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생육 및 개화 특성을 검정하였다. 또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간 화색, 초장, 화폭, 꽃수 등 농사시험연구조사기준(RDA 2012)에 따라 1,2차 생육 특성 검정을 수행하였으며 2015년 이 계통을 ‘원교 C1-123호’로 명명하고 3차 특성검정 및 기호도 평가를 수행하였다. 3차 생육 특성 검정은 품종특성조사기준(KSVS 2011)에 따라 ‘Brunello’를 대조품종으로 하였다. 기호성 평가는 재배농가, 소비자, 유통업체 등이 참여하여 현장 평가회를 통해 설문으로 조사한 결과, 화색, 화형에 대한 기호도가 ‘원교 C1-123호’가 3.9, 대조구가 3.5로 대조구에 비하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5년 농작물 직무 육성 신품종선정위원회에서 화색, 화형에 대한 소비자 기호도가 우수하며 적색과 주황 복색의 화색에 웅성불임인 ‘원교 C1-123호’의 품종 가능성을 인정받아 ‘Red Velvet’으로 명명하였다.
‘Red Velvet’ 화색은 적색과 주황복색으로 RHS차트에서 OR31A+R45A이고 대조품종인 ‘Brunello’는 주황색으로 OR32A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며 내부 반점이 없고 개화 방향이 상향인 것은 동일하였다(Table 2). 생육특성으로는 초장이 113.1±4.2 cm, 대조품종보다 초장이 19.3 cm 커서 절화용으로 우수한 특징을 지녔다. 엽장과 엽폭은 14.5±2.0 cm, 2.2±0.1 cm로 대조품종과 비교하여 엽장은 0.5 cm 짧고, 엽폭은 0.4 cm 넓었다(Table 3). 개화 특성은 대조품종보다 약 2일 정도 개화일이 빠르며 꽃수는 4.8±1.3개로 1.4개가 많았다. 또한, 웅성불임으로 꽃가루가 없어 관상학적으로 용이한 특징이 있다. 구근 특성은 아구수가 1.3±0.5개, 자구수가 3.0±0.0개로 대조구와 비교해 아구수의 유사하였지만 자구 번식력이 1.7배 많았다. 생육조사 결과 ‘Red Velvet’은 대조구와 초장에서 유의하였지만 화폭 등 꽃과 구근 특성에서는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기호평가에서는 ‘Red Velvet’이 3.9, 대조품종은 3.5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는 높은 절화장과 웅성불임의 꽃을 선호한 것으로 추정된다. ‘Red Velvet’은 화형과 화색이 우수하고 초세가 강건하면서 꽃가루가 없어 절화, 경관 등 관상용으로 이용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었다(Fig. 1).
식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L. davidii와 L. lancifolium 나리는 부위에 따른 페놀성 화합물 함량과 항산화 활성이 보고 되었으며(Joung et al. 2007) 이러한 페놀성 화합물은 생체 내에서 항산화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Ebrahimzadeh et al. 2008, Ho 1992). 본 연구에서는 개발된 ‘Red Velvet’, 대조 품종인 ‘Brunello’의 유효 성분인 총 페놀과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과 항산화 활성을 분석하였다(Table 4). 총 페놀 함량은 ‘Red Velvet’이 129.77±4.06 mg GAE/g, ‘Brunello’ 125.33±2.64 mg GAE/g로 ‘Red Velvet’이 더 높은 함량을 가지고 있었다.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Red Velvet’이 51.10±2.96 mg CAE/g, ‘Brunello’ 46.98±4.41 mg CAE/g로 나타났다. 개발된 ‘Red Velvet’이 유효물질함량이 높았으며 총 폴라보노이드 함량에서 유의한 결과가 나타났다.
DPPH와 ABTS+ free radical scavenging은 안정한 free radical로 항산화 활성을 평가하는데 사용된다(Cho et al. 2014, Kim et al. 2011). ‘Red Velvet’이 DPPH와 ABTS+ free radical scavenging 활성의 IC50 값이 95.92±6.27 ㎍/㎕, 207.07±5.89 ㎍/㎕이고 ‘Brunello’ 99.88±6.51 ㎍/㎕, 211.66±6.49 ㎍/㎕이다. 이는 ‘Red Velvet’이 대조구에 비해 높은 항산화 활성을 지녔으며, DPPH free radical scavenging활성에서 유의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였다. 또한, 다른 백합과 식물인 L. platyphylla와 H. fulva의 DPPH free radical scavenging 활성의 IC50이 197.35±1.24 ㎍/㎕, 21.88±1.78 ㎍/㎕으로 종에 따라 다양한 활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되었다(Cho et al. 2014). H. fulva는 항산화 활성이 높지만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나리는 안정성과 섭취 근거에 대한 보고가 되어 있어 ‘Red Velvet’은 항산화 활성 기능성 원료 이용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틱 나리 ‘Red Velvet’은 노지에서 월동과 휴면타파를 할 수 있어 노지와 시설에서 재배가 가능하다. 광이 부족할 경우 하엽이 황화하거나 도장이 되기 쉬우므로 시설재배를 할 때에는 광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장마기(고온다습)에 습해로 인한 잎마름병이나 진딧물 발생이 우려되므로 약제를 이용하여 미리 방제한다.
꽃가루가 없는 ‘나리’(Lilium)품종 개발은 알레르기 잠재성을 줄이고 절화 등 관상용 이용 가치가 증대된다. 또한 나리는 관상용뿐만 아니라 섭취도 가능해 이용이 다양하다. 본 연구에서 꽃가루가 없고 항산화 활성이 있는 아시아틱 나리 ‘Red Velvet’ 품종을 개발하였다. 교배는 적색에 초세가 우수한 ‘A3-22’ 계통과 주황색과 노랑 복색의 ‘Cancun’을 모부본으로 이용하여 2003년 인공교배하였다. 결실된 종자를 개화구까지 양성하여 2005년 꽃가루가 없고 화색이 우수한 ‘A5-70’을 선발하였고 생육과 개화 특성 검정을 통해 2015년 ‘Red Velvet (‘원교 C1-123’)’을 육성하였다. ‘Red Velvet’은 대조구인 ‘Brunello’와 비교하면 키가 크고, 꽃수가 많으며 빨간색과 오렌지색 복색의 화색으로 우수한 원예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품종의 이용 확대를 위한 유효성분(총 페놀 및 총 플라보노이드)과 DPPH, ABTS+ free radical scavenging 활성분석에서 대조구에 비해 더 높은 유효성분 함량과 항산화 활성을 가지고 있었다. 꽃가루가 없는 ‘Red Velvet’ 품종은 꽃가루 문제에 대한 수요를 해결하고 항산화 활성 기초 연구를 통해 화훼 시장과 기능성 원료 응용으로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고유연구사업(PJ01731304)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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